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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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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거문화

입력
2000.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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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문화가 바뀌고 있다. 모르는 사이에 봄이 오듯, 어느새 달라진 선거문화가 우리 곁에 와 있다. 꼭꼭 숨겨 놓았던 정치인들의 과거가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국회의원 후보들의 납세와 병역, 전과기록이 이처럼 고스란히 드러난 적이 언제 있었던가. 이젠 유권자들도 후보의 정체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게 됐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깨소금 맛이다.

■입만 열면 나라와 민족을 들먹이던 사람이 알고보니 군대를 피하고 세금 한푼 안내는 사람이었다니, 이보다 더 싱거운 일은 있을 수 없다.

선관위의 전과기록 공개 때 이들중 더러는 폭행 사기 횡령 절도, 또는 간통죄등의 점잖지 못한 전과가 있었음이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는 도망갈 구멍이 없다. 뭐라고 변명을 해보았자 궁색하게만 보일 터이다.

■우리의 정치가 답보를 면치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정치인의 자질을 들 수 있겠다. 지금은 나아 졌지만 과거의 국회의원들, 특히 민주투사로 알려진 사람중에는 백수건달 출신이 더러 있었다. 백구두를 신고 카바레에 자주 드나들어 ‘뺑뺑이’라는 별명을 들은 의원도 있었다.

어느날 보스 눈에 잘 보여 공천을 받고, 때마침 부는 바람에 휩쓸려 의원님이 된 사람들이다. 5·17 이후엔 신군부 각본에 따라 ‘1중대’ ‘2중대’로 나뉘어 얼결에 정치권에 발을 들인 사람도 있다. 그 시대는 정치인의 과거를 일일이 따질 계제는 아니었다.

■이번 선거부터 “넌 군대 갔다왔니” “넌 세금 냈니”라며 후보간 애국심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실 병역을 기피하고, 세금 한푼 안 낸 사람이 국회의원 한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군대는 갔다 오는 것이 좋고, 적더라도 세금은 내야한다.

겨울 밤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도 무장하고 초소를 지켜야 할 때, 흔들리는 군함위에서 전투준비 훈련을 받아야 할 때 병사들은 국가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한다.

선거문화는 바뀌는데 선거풍토는 그대로다. 안타깝게도 돈선거의 행태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이번에도 수십억원을 쓰고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수두룩 할 것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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