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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선거판의 기둥?

입력
2000.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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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 ‘아줌마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그동안 대체로 정치판의 관망자로 물러서 있던 30대이상 여성층이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전례없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개는 자원봉사자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만, 극성스럽게 한 몫을 챙기려드는 경우가 적지않아 아줌마 바람도 선거판 혼탁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각 후보측은 한결같이 “아줌마들이 거의 ‘부업’개념으로 너도나도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기존 남성 선거꾼들 못지않게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입’을 통한 전파력은 남성 운동원들과 비길 바가 아니어서 대부분 그냥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서초갑의 모후보측은 “선거의 들러리 역할을 하던 주부 등이 이번 선거부터는 확실히 실질적인 지역 여론주도 세력이 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상당수가 선거를 ‘용돈벌이’기회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동(洞)마다 20명의 자원봉사 아줌마를 고용해 일당 5만원씩, 하루에 1,000만여원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서울 모지역구 후보측은 “실제 선거판에선 수 천만원짜리 선거브로커들보다 몇 만원짜리 아줌마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동네부녀회나 아줌마들은 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정치세력 민주연대 김영옥(金永玉·33) 사무국장은 “자원봉사는 여성의 중요한 정치참여 통로”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판에 생각없이 뛰어드는 것은 푼 돈에 스스로의 권리를 파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원봉사 등 ‘외피’마저 벗어던지고 아예 내놓고 손벌리는 여성 유권자들도 많다. 서울 강서갑의 한 후보는 “아파트단지 아줌마들이 ‘오늘은 3,4호 출구 반상회’라며 통로별로 매일 인사를 강요한다”며 “밥 때만 되면 자원봉사하겠다고 떼지어 찾아오는 아줌마들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여성 구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가 2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선거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선거운동원 천모(61)씨는 “뭔가 바라고 온 것이 분명했지만, 여성 한명을 서운하게 하면 최소한 10명에게 영향이 미친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천씨는 26일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와 자원봉사를 제의한 계주 정모(42·여)씨와 20여명의 계원들에게 5,000원짜리 온천입장권과 7,000원 가량의 점심을 사줬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이러다보니 아줌마들이 모이기만 하면 신고가 빗발친다. 각당 후보들이 “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자신이 모르는 아줌마모임은 무조건 “향응제공 중”이라고 무조건 신고해대는 것이다.

30일 잘못된 신고로 학부모회 정기총회를 망친 서울 구로구 K고등학교 학부모회장 이모씨는 “조사나온 경찰이 불법선거 신고의 70%이상은 선거와 관계없는 아줌마모임이라고 사과했다”고 혀를 찼다.

여성민우회 윤정숙(尹正淑·44)간사는 “일부 아줌마들의 잘못된 선거운동 행태도 따지고보면 왜곡된 남성적 정치구조 및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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