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후보 중 고액재산가들의 재산목록에서 보석·미술품·고서화 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상류층의 보석 미술품 골동품 선호 성향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렵다.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처음 실시된 93년에도 재산이 많은 공직자 중 상당수가 이 부분을 소홀히 해 여론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당했다. 물론 ‘정말로 없어서’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류층 재력가들의 보석·그림·골동품 매매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보석상, 화상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재산의 축소 또는 누락 신고 의혹이 제기됨은 당연하다. 관계당국이 선거기간은 물론이고 선거 후에라도 실사를 통해 이 부분을 집중 검증,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미 재산을 신고했던 현역 의원 등을 뺀 나머지 후보 중 선관위집계 재산 50걸 중 보석·골동품·예술품 항목을 채운 사람은 불과 4명.
전체의 8%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46명은 이 부분에 대한 공개 내역이 전혀 없다. 범위를 좀더 넓게 잡아 100위권에 드는 후보들의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100위권 밖의 상황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들은 보유 재산액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난받을 소지가 적다.
50위권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성실하게 신고한 사람은 34위인 속초·고성·양양·인제의 한나라당 정재철 후보. 서양화 3점과 부인 소유의 다이아몬드반지 1캐럿짜리, 비취반지(16.5㎜ 11.8㎜)를 신고했다. 정후보는 15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때 재산신고를 해본 게 참고가 된 것 같다.
이와 함께 재산순위 4위인 해남·진도의 무소속 이정일 후보가 동양화 2점, 도자기 3점을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11위인 서울 강북을의 민국당 소속 여성후보 이병석 씨는 금 50돈과 다이아몬드반지 0.5캐럿짜리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20위인 용인의 민주당 김윤식 후보는 부인이 다이아몬드 반지 1.4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 1캐럿짜리 2개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이정일후보의 재산내역에선 보석류 항목, 이병석·김윤식후보의 재산목록에선 골동품·예술품 항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외에 신고재산액만 100억원이 넘는 1위 김동권(민국), 2위 장영신(민주), 3위 채병하(자민), 5위 강신수(민주), 6위 최돈웅(한나라), 7위 강석호(자민), 8위 이백용(한나라), 9위 장기돈(무소속), 10위 이재근(무소속)후보의 재산신고서에는 한 점의 보석·골동품·예술품도 보이지 않는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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