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쿠바소년 엘리안 곤잘레스(6)문제가 올 대선전까지 비화했다.앨 고어 부통령은 30일 특별성명을 통해“엘리안이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어 부통령의 이 성명은 ‘법원의 결정존중’을 고수중인 제닛 리노 법무장관이나 ‘쿠바로의 조기송환’을 고집하는 이민귀화국(INS)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며 지난 주까지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해오던 고어가 엘리안의 가족편을 들고 나선 것은 올 11월에 실시될 대선때문.
엘리안의 친척을 비롯한 쿠바계 미국인들은 엘리안의 쿠바송환에 극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마이애미 일대에만 80여만명이 거주하는 등 미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 유권자의 12%를 차지하고있다.
1996년 이 지역에서 클린턴-고어는 공화당을 눌렀다. 그러나 경쟁자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동생 젭 부시가 2년전 주지사로 당선된 후 상황이 급변, 올 대선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런 판국에 쿠바계 유권자의 눈밖에 난다는 것은 패배를 자초할 게 뻔하다.
일치감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엘리안을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을 편 부시 주지사의 주장에 고어 부통령이 뒤늦게 가세한 것을 보면 후보자에게는 역시 ‘표’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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