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회장직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현대 회장’직은 유지한다.”현대가 31일 발표한 ‘21세기 발전전략’은 경영자협의회는 해체하되 정몽헌(鄭夢憲)회장의 ‘현대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대가 제시하는 현대 회장직의 필요성은 두 가지. 내부적으로 계열사간 중복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정부등 외부기관 행사 때 현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경영자협의회 폐지는 정회장이 전체 계열사를 ‘황제처럼’ 경영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며 회장직은 최소한의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후 정부 내에서는 “현대가 경영 개혁을 위해 별로 노력한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일단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대 회장’이 제시하는 의견을 각 계열사 경영진이 단순한 권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 파동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인사문제만 보아도 오너의 ‘내정’은 그 자체가 ‘발령’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게 시민단체의 논리다.
한편 재계는 정부와의 관계, 계열사 지분구조등에 비추어 볼 때 현대의 ‘회장’직 유지 선언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석중(金奭中)상무는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4대그룹을 초청할 때 현대만 30여명의 계열사사장들을 모두 부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회장직 유지 논란보다 앞으로 현대가 대국민 약속을 제대로 지켜나갈지 실천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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