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으로 명명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책포럼(3월31일-4월1일, 서울힐튼호텔)은 빈부격차 및 사회적 불균형 확대, 금융·외환위기위험, 정보화에 따른 지식격차(Digital Divide)등 오늘날 각 나라들이 직면하고 있는 범 세계적 현안을 포괄하고 있다.무역자유화같은 APEC의 고전적 주제를 넘어 이같은 ‘지구촌의 고민거리’들을 심도있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서울포럼은 단지 역내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포럼은 지난해 9월 제7차 APEC 정상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안한 행사. 김 대통령은 당시 “경제위기경험을 각 국이 공유함으로써 위기재발의 불행을 막고, 역내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APEC 포럼을 제의, 각국 정상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크게 세가지. 첫째 ‘구조개혁과 자유화를 통한 경제위기극복’으로 경제위기 돌파과정에서 구조개혁 및 무역·투자개방정책이 갖는 중요성 및 추진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두번째 주제는 ‘경제위기재발방지를 위한 금융체제개선’으로 경제시스템 안정을 위한 효과적 외환·금융정책과 핫머니 및 단기자본이동 감시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마지막은 ‘사회·경제적 불균형완화’과제로 정보·지식격차 해소, 빈부차완화, 인력자원개발등 사회복지이슈들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이 점에서 서울포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를 3대 축으로 하는 ‘DJ노믹스’의 실천을 위한 국제적 지혜를 모으는 자리의 의미도 갖고 있다.
서울포럼은 참석자의 면면으로도 국내에서 개최된 역대 국제토론회중 가장 화려하다. 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컬럼비아대)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비롯, 세계적 통화·재정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세계적 경제·금융학자인 제프리 삭스, 저명 노동경제학자인 리차드 프리만(이상 하바드대)과 어마 아델만(버클리대)등 13명의 석학이 토론자로 나선다.
또 차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총재로 유력한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준총재등 APEC 재무장·차관 17명도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선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과 김유배(金有培)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배영식(裵英植)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은 “서울포럼 회의결과는 11월 APEC 정상회의에 보고된다”며 “세계적 석학과 고위각료들이 새로운 국제적 이슈들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나라의 APEC내 위상도 함께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서울포럼특집] ‘제3의 물결’ 정보화사회는 무엇인가
1만년전 농업혁명이 초래한 ‘제1의 물결’로 수렵 및 채집사회는 농경사회로 전환됐다. 300여년전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제2의 물결’로 농경사회는 다시 공장 중심의 문명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제2의 물결은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적 능력이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는 거대한 ‘제3의 물결’이 이미 시작됐다. 녹슨 굴뚝과 공장조립라인은 컴퓨터, 정보, 미디어중심의 맵시있는 경제·사회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물질경제에서 지식경제로의 이동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3의 물결은 사회, 문화, 제도, 도덕 및 정치적 고통을 수반한다. 거대기업에서 정부에 이르는 산업시대의 수많은 조직들은 마지막 숨을 내뿜는 공룡처럼 죽어가고 있다. 교육·보건·가족제도에서 사법·정치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산고’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과정인 셈이다. 또 놀랍게도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은 산업혁명 이전 사회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게 될 것이다.
앨빈 토플러 (미래학자)
■[서울포럼특집]단기자금 세금부과 금융위기 미리차단
국제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위기에 대한 예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1975-1997년 사이 158번의 통화위기와 54번의 은행위기가 발생했다. 이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단기자본의 유입에 대한 억제다. 이를 위해서는 칠레의 사례처럼 단기자본유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자본유입 규모보다는 금리 등 가격에 근거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단기자본유입 억제방안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진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실행돼서는 곤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들의 채무관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절실하다. 단기채무는 가능한 한 줄이고, 중장기채무도 환매 등 불리한 조건을 첨부하지 못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최근 G7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신흥시장으로 자본유입을 급격히 줄이고 있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신흥시장국들의 금융환경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신흥시장으로의 자본유입 급감추세는 헤지펀드, 은행, 투자은행 등 과다채무기관들(HLIs)의 금융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연구위원)
■[서울포럼특집] 기업성과, 보수연계 불황엔 역효과
전통적인 노동시장 및 복지국가 모형에서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고정임금을 지급하고, 국가는 실직자에게 사회보험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에서는 노동과 복지를 연계하는 새로운 모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변동급여 형태로 회사수익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보상제도가 확산됐다.
이는 노동자들의 의사결정과정 참여확대로 이어져 근로유인을 크게 강화시켰다. 복지정책도 실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보수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기업성과와 근로보수를 연계한 이같은 미국의 제도전환은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근로자에 대한 보수 및 연금을 기업의 성과와 연계시킴으로써 성과에 따른 위험을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가 떠안게 된 것이다.
또 호황기에는 노동공급을 증대시키지만 불황기에는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모형은 혹독하고 장기적인 경제침체기의 대응방안으로는 적합치 못할 것이다.
리차드 프리만 (하버드대 교수)
■[서울포럼특집] 생산적 복지로 소득불평등 개선
한국은 유교적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사회제도도 이같은 유교적 가치관의 두 가지 미덕, 즉 계급 의식과 공동체 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외환위기는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한 연공서열식 종신고용제도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서구식의 고용 유연성 제고 방식을 개혁방향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식 해결책은 한국의 공동체적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보완책이 없을 경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서구식 해결책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적 복지’정책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투자 및 소득 이전을 대폭 강화했다.
생산적 복지의 추구는 서구식 접근 방식을 한국의 공동체적 가치는 물론 세계화 및 시장경제화 전략과 부합시킴으로써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산적 복지를 통한 빈곤의 퇴치는 인적 자본 배분상의 형평성을 제고시키게 된다.
따라서 생산적 복지는 빈곤의 감소는 물론 소득불평등의 개선효과도 동시에 가지게 될 것이다.
이르마 아델만 미버클리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