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TV는 연예인의, 연예인을 위한, 연예인에 의한 방송인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연예인의 잡담과 수다, 시시콜콜한 가정사가 TV를 장악하고 있다. 27일 오전 8시 10분 MBC ‘아주 특별한 아침’. 한 주일의 연예인 소식이 전해진다. 1시간 뒤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최근 결혼한 귀순 연예인 전철우 부부가 나와 신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이날 오후 7시 5분 KBS 2TV ‘스타 데이트 , 최고의 만남’에서 탤런트 이재룡·유호정 부부가 집안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 10시 55분 SBS ‘이홍렬쇼’에서는 최근 앨범을 발표한 신승훈이 나와 최근 활동 등에 대해 말한다.갈수록 심해진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표방한 KBS2 ‘연예가 중계’ MBC ‘섹션TV 연예통신’ SBS ‘한밤의 TV연예’를 제외하고도 오락 프로그램인 KBS2 ‘스타 데이트’ ‘서세원쇼’, SBS ‘김혜수의 플러스 유’ ‘스타쇼’ ‘토요 스타클럽’이 연예인 사생활 캐기에 열을 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위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비롯한 주부 대상의 아침 프로그램마저 연예인들의 연애, 결혼, 이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장으로 전락했다. 이것도 부족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탤런트 변우민·안문숙의 결혼을 위한 선보기 등을 두 달 넘도록 중계방송하듯 전하고 있다. 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은 코미디언 강호동의 살빼기를 세 달 동안 안방에 전달하고 있다.
KBS MBC SBS 방송 3사가 내보내고 있는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만 20여개에 달한다. 전국민을 상대로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 알기를 강요하며 온국민의 파파라치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 그 내용이 무의미한 연예인 사생활 듣기 위주로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다.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 내용과 형식은 천편일률적이다. 스캔들, 연애 이야기, 임신, 출산, 쇼핑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연예인들의 연기활동에 대한 내용은 없고 시청자를 의식한 홍보성 코멘트가 주류를 이룬다. 한 연예인이 방송 3사를 돌며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과연 시청자 주권이 존재하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방송에 나와 행복한 결혼을 했다고 말한 한 연예인의 이혼 이야기가 일주일 뒤에 방송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안이한 제작 관행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쉽게 기본 시청률을 확보하겠다는 심사다.
방송사 제작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상파 TV 프로그램 중 KBS ‘나의 사랑 , 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이 없다. 그리고 청소년 노인 환경 관련 프로그램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면서 방송사는 공영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표방하고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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