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목욕탕에 가는 것이 주간 행사처럼 돼 있다.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목욕탕으로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물 온도를 조절하며 욕조에 물을 받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서도 손님 너댓명은 목욕중이었다.자리를 잡고 옆을 보니 젊은 아가씨 세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쏟아지는 샤워기를 걸어놓은 채 비누칠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대야에 물을 철철 넘기며 몸을 씻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대야에 발을 담그고 물을 넘치게 하고 있었다. 누가 물을 많이 흘러보내나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제나 저제나 수도꼭지를 잠글 때를 기다려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란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유엔이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고, 만약 물이 없다면 돈 없어 불편한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뒤 물을 잠그고 쓰라 했다. 세 아가씨가 슬그머니 수도꼭지를 잠그니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따라 했다.
흐뭇한 마음으로 목욕을 계속하는데 종업원이 나를 보더니 살짝 이야기한다.자기들은 손님이 떨어질까봐 잠그라는 말을 못한다며, 고맙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수도꼭지는 잠궜지만 다음에도 잠근다는 보장이 없어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우유를 4개 샀다. 1개는 종업원 아주머니에게 주고 나머지는 아까 그 아가씨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하나씩 주었다.
목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기분이 좋았다. 2,000원은 들었지만 그 아가씨들이 물을 아끼면서 생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나는 목욕을 하러 갈 때면 목욕비 외에 2,000원을 더 가지고 간다. 물을 흘려 보내는 사람에게 우유를 사주기 위해서다.
또 물을 아끼는 사람에게는 물을 아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진해서 등도 밀어준다. 그랬더니 요즘은 때밀이 아주머니가 내 등을 밀어준다. 21세기는 물분쟁시대가 될 것이라니 우리 모두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껴야겠다.
/윤명자 경기 군포시 산본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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