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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박 백태 "내기없이 무슨 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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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박 백태 "내기없이 무슨 재미로"

입력
200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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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박에 대한 경찰의 본격수사로 골프장마다 내기골프를 막기위해 비상이 걸렸다.대부분의 골퍼들은 차제에 골프장에 만연한 ‘내기풍조’가 근절돼 골프가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골프도박 수법은 천태만상. 그러나 현금과 시간이 많은 중소기업체 사장, 대형음식점 업주 둥 개인사업자들이 ‘꾼’들의 주 먹이감이 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골프도박꾼들은 통상 홀마다 판돈을 거는 ‘홀매치’경기를 통해 초반 몇 홀을 잃어준 뒤 ‘따블’‘따따블’로 판돈을 키워 마지막 홀에서 잃은 돈을 일거에 만회하는 소위 ‘엎어치기’를 제안, 거액을 울궈먹는 수법을 쓴다.

인터넷 골프쇼핑몰 대표 P씨(38)는 “아는 중소기업 사장도 얼마전 한 라운드에 7억여원을 잃었다”며 “15홀 이후 판돈이 1,000만, 1억, 3억원까지 올라가 공장과 집을 처분하는 등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전했다.

도박방식은 경기가 끝난 뒤 총타수 차에 따라 돈을 주고 받는 ‘오버게임’ 한 홀이 끝날 때마다 뒤진 타수만큼 4등은 1~3등에게, 3등은 1등과 2등에게, 2등은 1등에게 타수별로 일정액을 내는 ‘곗돈성 홀매치게임(스토로크 플레이)’ 한 홀마다 일정액씩을 미리 걸고(이를 ‘학교간다’고 함) 승자에게 모두 몰아주는 ‘스킨스게임’등 다양하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치인들은 직전 홀의 1위와 4위가 한짝이 되고 2위와 3위가 한짝이 되는 ‘라스베이거스’를 즐긴다”며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인 정치판 생리를 꼭 닮았다”고 말했다.

골프관계자들은 일반인들의 내기골프 불감증이 골프도박의 온상역할을 하고있다고 지적한다. 한타당 몇천원씩 걸고 ‘재미’삼아 시작한 내기가 도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패가망신으로 끝맺기 일쑤라는 것.

“내기없이 무슨 재미로 골프를 치느냐. 100만원이상은 걸려야 맛이 난다”(수십억원대의 재산가 C씨·48), “동료들과 내기골프로 10만-20만원씩 따 애인 선물을 사준다”(경기 I골프클럽 프로골퍼 L씨·30) “지방 금융기관 지점장이나 파이낸스사 대표들이 골프도박의 큰 손들”(D증권 지점장 M씨·39) “2주일에 한번 정도 내기골프를 한다.

‘벙커에 빠지면 만원’ 등 룰은 정하기 나름이다”(서울 서초구 방배동 C씨·53·여).

내기골프는 은밀한 뇌물전달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C건설 전 이사 Y씨(53)는 “대기업 간부나 공무원들에게 표시나지 않게 돈을 건네는 방식으로 접대 골프가 최고”라고 털어놓았다.

L벤처기업 대표 A(30)씨는 “주식으로 한몫 보려는 일부 벤처에선 사채업자 등 투자자들과 수시로 접대 골프를 친다”며 “한 라운드에 수백만원이상 잃어주는 것은 보통”이라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재산을 건전하게 투자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일부 상류층들이 골프도박을 일삼다 골프도박단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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