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금발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라면 이런 일을 당했을까요.”6년간 실종됐던 동료 찬드라 쿠마리 구릉(44·여·네팔인)씨를 최근 경기 용인정신병원에서 찾아낸 ‘재한(在韓) 네팔 공동체’총무 시토우라(32·가명)씨는 29일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했다.
1992년 2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광진구 자양동 D섬유업체에 취업한 찬드라씨는 93년 11월21일 음식값 문제로 생긴 사소한 오해로 서울 동부경찰서에 임의동행됐다. 통역도 없는 상태에서 신분증까지 업주에게 맡겨 놓은 찬드라씨는 “네팔사람”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행색이 초라하고 횡설수설’한다는 이유로 ‘1종 행려병자로 분류, 서울 C정신병원으로 넘겼다. 찬드라씨의 동료들은 같은 경찰서에 실종신고까지 냈지만 경찰은 자신들이 정신병원으로 보낸 찬드라씨를 기억조차 못했다.
병원측은 찬드라씨의 호소가 잇따르자 영문 이름(Chandra Kumari Gorum)을 적어 출입국관리소에 신원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그런 이름은 등록돼 있지 않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관리소측에 등록된 이름 ‘Chandra Kumari Gurung’과 철자 몇개가 틀렸기 때문. 결국 이같은 싸늘한 무관심은 찬드라씨의 소중한 6년 세월을 고스란히 앗아가 버렸다.
찬드라씨에게 희망의 빛이 비춰진 것은 올 3월11일. 정신병원의 한 의사가 수소문 끝에 이같은 사실을 네팔 공동체에 연락했고, 18일 찬드라씨는 동료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네팔의 그의 가족은 이미 찬드라씨가 숨진것으로 알고 있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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