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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아직 멀었다] (2) 능력보다 핏줄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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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아직 멀었다] (2) 능력보다 핏줄 우선

입력
200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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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기업경영권을 호주상속하듯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족벌경영체제를 답습하고 있다.현대 삼성 LG SK 등 대부분 재벌들은 창업주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있다. 봉건시대 임금이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주는 왕권세습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룹별로 보면 LG 한진 쌍용 한화 대림 코오롱 진로 아남 등은 가부장적 전통에 따라 장자가 상속했다.

LG의 경우 창업주 구인회 회장→구자경 회장→구본무 회장 등으로 3대째 이어지고 있다. 현대와 삼성등은 비 장자가 상속했다.

현대는 최근 장남 정몽구 회장과 5남 정몽헌 회장이 후계다툼을 벌인 끝에 몽헌회장이 대권을 쟁취했으며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의 3남 이건희 회장이 승계했다.

SK는 외형상 손길승 회장의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 최종현 전회장의 장남 최태원 SK회장의 대권 승계시 까지만 맡는 과도기회장에 불과하다.

이는 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 무늬만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있지 사실상 2세가 전면에 나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재벌의 경영권세습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상속세법등이 허점투성이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겨냥한 기업지배구조개혁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표 건국대교수는 “재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편법을 동원한 사전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주고 있다”면서 “재벌개혁의 핵심은 사전상속차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묘한 수단으로 증여하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상속및 증여관련 법망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S그룹의 경우 회장의 장남이 최근 3년간 비상장사의 공개전에 주식을 헐값으로 인수, 약4조원의 이익을 냈지만 세금은 고작 16억원만 냈다.

부(富)의 대물림으로 활용하는 재단설립에도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재벌들은 재단설립시 계열사 주식을 출연하여 상속및 증여세를 ‘절세’하는 사례가 많고 재단은 이를 통해 계열사를 장악하는 지주회사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선진기업은 대부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있으며, 법대로 상속세를 내면서 재산을 물려주고 사회사업에 많은 재산을 출연한다”며 “한국 재계에는 청부 사상이 빈약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입력시간 2000/03/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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