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마케팅 바람이 불면서 공공성을 살려야 할 극장이 예술보다 장사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표가 몇 장 팔리건 무신경으로 일관하면 안되겠지만, 반대로 너무 손님 끌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세종문화회관은 실력있는 연주자와 서울시교향악단이 협연하는 ‘한국의 음악가’시리즈, ‘젊은 음악가’ 시리즈를 마련하면서 연주자에게 출연료 대신 매표와 협찬을 합친 공연 수익의 일부를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케스트라 비용, 대관료, 홍보비 등 제작비 일체는 세종문화회관이 부담하되, 수익은 세종문화회관과 초청된 연주자가 일정한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 방식이다.
31일 바이올리니스트의 양성식으로 시작하는 한국의 음악가 시리즈는 세종문화회관과 연주자가 7 대 3으로, 4월 20일 첼리스트 박진아로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는 8 대 2로 수익을 배분한다. 수익의 많고 적음이나 적자 여부와 상관 없이 연주자에게 정해진 개런티를 주는 기존 관행과 달리 수익에 따라 연주자가 받는 몫이 달라지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제도가 공연장을 활성화하고 출연료 거품을 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평론가 이상만씨의 생각은 다르다. “인센티브제는 연주자더러 손님을 끌어들여서 표를 팔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예술가를 장삿꾼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연주자도 나름대로 관객과 스폰서를 개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인센티브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 “연주자는 연주에만 전념할 수 있게 표 팔고 협찬 구하는 일을 맡아줄 연주자 관리 시스템이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국내에는 그런 연주자 관리 시스템이 없다.
정동극장의 국악상설공연도 극장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장삿속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공연장 마케팅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이 극장은 그동안 주 2회이던 국악 상설공연을 4월부터 주 6회(화~금 오후 8시)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5개 대형 여행사가 올 상반기 한국관광 패키지에 이 극장을 집어넣음에 따라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다. 이 공연은 정동극장 전속예술단이 전통음악과 춤의 1시간 반 짜리 프로그램 두 개를 매일 번갈아 하는 것이다. 월요일만 빼고 매일 저녁 극장을 차지하므로, 다른 공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극장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만씨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연은 낮 시간으로 돌리고 저녁 공연은 극장의 취지를 살리는 좀 더 본격적이고 수준 높은 무대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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