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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王회장 여전히 '막강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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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王회장 여전히 '막강파워'

입력
200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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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의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의 후계자로 정몽헌(鄭夢憲)회장을 지목했지만 아직도 ‘결정적인 키’는 놓지 않고 있다.28일 현대에 따르면 정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현대건설 지분 4.49%와 현대중공업 지분 11.56%, 현대상선 지분 3.23% 등이다.

얼핏 보기에 별 영향력이 없을 것 같지만 이들 기업이 다른 계열사에 대해 연쇄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명예회장은 전 계열사를 ‘우회지배’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지분을 조금씩 떼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지분을 쥐고 있는 것.

정명예회장이 27일 경영자협의회에서 정몽헌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뒤에)제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은 다 저와 의논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주목된다. 앞으로도 중요한 결정사항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정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현재 구도(건설→정몽헌, 중공업→정몽준·鄭夢準)대로 아들들에게 나눠주면 현재 현대가 추진하는 5개 소그룹 분할 계획은 차질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정몽구(鄭夢九)회장이나 정몽헌회장 등 어느 한쪽에 몰아줄 경우 현대그룹의 후계 경영구도 판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몽구회장이 이들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면 현대그룹 전체를 총괄하게 된다. 반면 정몽헌회장이 모두 승계받을 경우 정몽구회장의 자동차그룹에 대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몽구회장이 3.12%의 지분을 갖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은 5.34%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명예회장은 언제쯤 지분정리를 할까.

현대그룹 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왕회장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위원장은 정명예회장의 지분 정리와 관련,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나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명예회장의 치밀한 성향을 고려해 볼 때 당장 주식을 나눠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로부터 부호들이 ‘통장을 베개 밑에 넣고 세상을 떠난다’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씨 형제들에 대한 정명예회장의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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