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병욱 기자의 막전막후] 극단 백수광부 '고래가 사는 어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병욱 기자의 막전막후] 극단 백수광부 '고래가 사는 어항'

입력
2000.03.29 00:00
0 0

극단 백수광부 '고래가 사는 어항'‘새봄을 여는 발라드 연극’.

카피는 적절했다. 극단 백수광부의 ‘고래가 사는 어항’은 동화 같은 연극이다. 맑고 순수한 이야기라는 뜻에서의 동화(童話),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뜻에서의 동화(動畵). 자극 경쟁으로 쉬 치닫는 연극판의 조용한 반역이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거리 시계의 태엽을 감아 주는 소년, 세상의 이치를 달관해 버린 듯한 거지. 작지만 따스한 희망을 확인하고픈 젊은이들이 쌍쌍이 찾아 든다. 이 연극 특유의 무대 메커니즘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바로 CG(컴퓨터 그래픽)의 적극 구사.

여타 무대에서 보듯 만화나 사진 등의 정지 영상을 공연중인 무대에 투사하는 식이 아니다. 귀여운 물고기가 무대 전면의 벽에 나타나, 별빛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가는 모습 등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작품 속에 녹아 든다.

“사이 사이 삽입되니, 극의 호흡을 깰까 가장 신경썼어요.” 이번 무대를 위해 30초 짜리 작품 6개를 준비한 김희정씨의 말이다. 필름 영사가 아니라, 컴퓨터만의 작업이다. 포토샵, 페인터 등 애니메이션 전문용 매킨토시 프로그램을 통한 작업의 결과, 한 장의 CD가 구워졌다.

무대와 CG를 합친 공연 형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부 아마추어 극단이 무대와 컴퓨터의 결합이라며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만화나 CG로 나타내는 식의 공연을 종종 펼쳐 왔다. 그러나 무대 따로, 그래픽 따로였다. 무대를 위한 테크닉이 아니었다.

‘고래…’에서 CG가 무대와 조화한 것은 김씨가 연극을 알고 있었던 덕택. 영상 전문가였다면 자기가 만든 영상에만 애착을 가지지만, 원래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연출과 논의한다는 작업 원칙을 자연스레 세울 수 있었다.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연출자 김동현씨와 논의, 연습기간 중 3번의 수정을 마다 않았다. 자기 극단일이 아닌데도, CG를 크게 투사하는 ‘LCD 프로젝터’ 등 귀한 기계를 선뜻 빌려준 연극계 사람 등, 발라드 연극에는 무대만큼이나 깔끔하고 따스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4월 2일까지 연우소극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