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해석붐에 가려진 치열한 식물 게놈 해석 경쟁은 곡물 게놈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식량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걸림돌이지만 머지 않아 정리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크게 보아 지속되는 품종개량, 나아가 생물의 진화 자체가 유전자 변형이기 때문이다.
구미가 옥수수·밀의 게놈 해석에 매달리고 있는 사이 일본은 벼의 게놈 해석을 국가적 사업으로 설정했다.
인구 밀집지역인 아시아의 주곡으로 인류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는 쌀을 둘러싼 ‘바이오 전쟁’은 우리도 더 이상 지나치기 어렵다.
일본은 지난해 벼 게놈 해석을 21세기 전략사업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정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2003년까지 약 2만개의 유전자 정보를 해석, 전체 염기배열상의 위치를 특정하는 동시에 2만종의 이른바 ‘녹아웃 벼’를 만들고 2007년까지는 전체 염기 배열(게놈)을 확정할 계획이다. ‘녹아웃 벼’란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정지시킨 실험용 벼이다.
벼 게놈을 해석, 다수확 고품질의 쌀을 손에 넣으려는 일본의 집착은 농수산성의 예산에서 드러난다.
2000년도(4월1일 개시) 전체 바이오 관련 예산 약 239억엔은 전년도보다 47% 늘어난 것이며 이중 벼 게놈 관련 예산 약 76억엔은 156%의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벤처기업이 벼 게놈 해석에까지 손을 대면서 일본의 발걸음은 더욱 여유가 없어졌다. 셀레러 제노믹스는 지난해 9월 벼게놈 해석에 착수하면서 “2년안에 약 4억개의 전체 염기배열을 해독하겠다”고 선언했다.
장비면에서 셀레러를 따라갈 수 없는 일본으로서는 전체 염기배열의 해독보다 유용한 유전자 정보를 집중 해석, 관련 특허를 선제하는 전략을 강요받고 있다.
벼의 유전자 해석 경쟁은 인간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전체 염기배열의 해석보다는 유용한 DNA의 기능을 밝히는 데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따라서 ‘쌀 유전자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며 후발 주자가 틈새를 비집고 작은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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