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3월이 되면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자주 통과하면서 봄기운이 완연해진다. 봄이 왔는가 하고 어깨 펴고 가볍고 산뜻한 옷차림으로 맵시를 내려하면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오곤 한다. 아직 음력 2월이라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감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 한다.기상청 자료를 참고하면 1987년 3월25일 최저기온은 무려 영하 7.6도였고, 1988년 3월24일은 영하 2.5도, 1995년에는 3월17일 영하 3.6도, 1998년 3월20일 영하 3.2도, 1999년 3월22일에는 영하 6.2도의 추위가 닥쳤었다. 매년 꽃샘추위가 오기 전에는 보통 영상 3-7도정도의 온화한 기후였다. 3월 평균기온이 대관령 영하 1도, 제주권은 영상 8-9도의 분포를 보이는 것을 봐도 춘삼월 영하 7.6도는 혹독한 추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왜 매년 꽃샘추위는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걸까? 대기 상층부의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세력싸움이 원인이다. 3월쯤 서서히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지상에 따뜻한 공기가 자리를 잡으려 할 때 상층부에는 겨울내 차가웠던 공기가 새로운 세력과 힘을 겨루며 소용돌이(Cold Vortex)가 된다. 봄햇살 덕분에 낮동안 지상 기온이 다소 높아지면 대기 상하층간 기온차는 더욱 커진다. 퍼져있는 물을 손으로 쓸어 가두면 가두지 못한 약간의 물이 조금 후 원래 있던 자리로 소용돌이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대기의 소용돌이가 강풍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일시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져 ‘봄 속의 겨울추위’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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