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열린 미 LPGA투어의 한 대회에서 김미현 선수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한국인 갤러리들에게 경기도중 이례적으로 “조용히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또 박지은 선수는 드라이버 티샷을 하기 직전 바로 뒤에서 역시 동포 갤러리가 낸 잡음에 러프로 볼을 빠뜨리기도 했다고 한다.비단 관전 문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코스에 버려진 무수한 담배꽁초, 함부로 뱉는 가래침, 코스에서의 방뇨, 남의 라운드는 아랑곳하지 않는 고성잡담…. 에티켓 스포츠라는 골프의 문화는 ‘골프대중화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봄기운이 돌면서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IMF의 그늘이 걷히면서 골프 인구도 부쩍 늘어가고 있다. 한 기관의 통계는 골프 인구를 25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내장객 수를 300만명 가까이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의 그린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골프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골프가 주는 매력적인 면들이 훼손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최근 골프 인구의 급증으로 급속히 흐트러지기 시작한 골프 문화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여 골프 애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빌딩 숲에서 하루하루를 각박하게 보내다가 탁 트인 필드에 서면 해방감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고함을 지르고 싶다면 산으로 갈 일이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침을 뱉는다고 필드의 잔디에도 침을 뱉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타인에 대한 철저한 배려, 자신에 대한 엄격한 도덕성과 겸손 등을 요구하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시시비비를 가릴 심판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룰을 지켜야 하는 스포츠 또한 골프다. 그래서 골프의 첫 단계는 스윙이 아니라 에티켓과 룰을 배워야 된다고들 한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과 같은 것이다.
자가용이 늘어나며 자동차 문화가 사라졌다. 골프 문화 역시 지금 정착과 상실의 기로에 서있다. 올바른 골프 대중화 시대는 건전한 골프문화를 골퍼 스스로 가꾸어 갈 때만이 활짝 열릴 수 있다.
/김종천 동진CC 대표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