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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 한·중·일 랭킹선정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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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 한·중·일 랭킹선정 차이는

입력
200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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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프로기사 10걸을 꼽는다면 누구 누구가 될까. 보나마나 1위는 이창호일 것이고 다음은 조훈현, 3위는 유창혁 순으로 짚어 내려가겠지만 그다음부터는 별로 자신이 없다. 그래도 서봉수일까, 아니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루이나이웨이일까. 목진석 이성재 최명훈 등 신예들도 만만치 않고 양재호 최규병 등 중견들도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사람마다 천차만별, 개개인의 판단과 취향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바둑계에는 프로기사들의 공식 랭킹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타이틀 보유수, 상금획득 순위 등을 감안할 때 이창호가 월등히 다른 기사들을 앞서고 있고 이에 따라 준공식적으로 최고수 대접을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기사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기준이 없다.

바둑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프로 바둑을 좀더 흥미있게 운영하기 위해서 기사들의 랭킹을 정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어져 왔는데 최근 루이나이웨이의 등장 이후 바둑계가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상태로 접어 들면서 다시 랭킹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비교적 명확하게 기사들의 랭킹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먼저 일본은 아주 간단하다. 이른바 7대 기전에 대한 공식 서열이 확정되어 있기때문에 연간 상금이나 다른 타이틀 보유 여부에 관계 없이 랭킹 1위 기전인 기세이(棋聖) 보유자가 무조건 랭킹 1위가 되고 다음에 명인 홍인보의 순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번에 조치훈이 기세이 타이틀을 빼앗겼으므로 그 순간부터 일본 바둑계 서열 1위는 당연히 새 타이틀 보유자인 왕리청으로 넘어 가고 조치훈은 2위(메이진) 조선진이 3위(혼인보)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매년 타이틀 판도의 변화에 따라 바둑계 서열이 바뀌고 이에 따라 모든 예우가 달라지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되어 있다.

중국의 랭킹 선정 방식은 좀더 과학적이다. 중국에서는 수년전부터 프로기사들의 성적을 점수화해서 서열을 매기는 등급점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등급점수제란 한마디로 프로기사 개개인의 종합성적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국자의 단위에 따라 기본 점수를 주고 국내외 기사들과의 대국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합산한 것이다. 상대가 타이틀 보유자거나 순위가 높은 기사면 가산점이 추가된다.

등급점수제에 따른 순위는 중국바둑계 공식 서열로 인정되며 중국기원은 순위가 높은 기사에게 각종 기전 본선 자동 진출 및 국제 기전 참가자격을 주는 등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등급점수제는 결국 기존의 단위 제도와 대국 성적을 종합 평가해서 순위를 정하려는 시도인데 국내 바둑계에서도 한번 진지하게 연구, 검토해 볼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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