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깨끗한 선거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이미 선거판이 달아 오를대로 달아 올라 혼탁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그렇게 크지는 않다.다만 앞으로 16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여야 정당과 후보들이 가급적 법을 준수함으로써 덜 혼탁한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정도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별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 특히 민주·한나라당의 자세 탓이라 할 만하다. 현재 선거의 판세가 민주·한나라간의 양당 대결구도로 좁혀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양당의 선거운동 기저에선 상대를 인정하려는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양당은 죽기 아니면 살기 방식으로 선거를 몰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소여(小與)에서 벗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일거에 제1당이나 여대(與大)를 만들려 하고, 한나라당은 정권의 견제 범위에서 벗어나 아예 정국주도권을 송두리째 손에 쥐려 하고 있다.
속셈은 정국 주도권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차기 정권 다툼을 위한 고지선점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죽기살기식 선거풍토에서는 자연스럽게 지역감정을 유용한 선거전략으로 채택하기 쉬워진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입맛에 따라 지역정서에 친(親)하고 반(反)하는 것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정말로 시대의 흐름과는 동떨어지는 일일 것이다. 2000년에 이르러서도 또다시 영남 호남 충청권으로 짝 갈라지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국민들은 바랄뿐이다.
선거운동중 가장 치졸한 것은 돈으로 표를 사는 이른바 금권선거이다. 이런 선거의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돈선거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선거에 30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이러고도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판에 돈이 나돌지 않도록 선관위와 수사기관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자세이다. 탈법 선거운동은 물론,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가 있다면 가차없이 가려내도록 해야 한다. 돈으로 표를 사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수치이다. 국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그 국민의 하기 나름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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