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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공산당 개혁 불가피

입력
200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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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도입 불구 결선투표 진출 실패겐나디 주가노프(55) 당수가 대통령 선거에서 완패함으로써 세계 공산주의의 원조인 러시아 공산당의 앞날은 아무도 예측 못할 어둠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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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에 가까운 득표율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자평도 나오고 있지만, 목표였던 결선투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없는 패배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노프의 당수직 사임은 물론, 공산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가노프 당수의 이번 대선전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도박’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크게는 공산당의 현 좌표를 가늠해 본다는 의미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거를 앞두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골자로 한 경제강령을 도입한 것도 변화한 시대흐름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존본능에서 나온 선택이다.

그러나 기업 국유화, 통제경제 등 구체제에 얽힌 태생적 한계와 당내 급진-온건파의 내분 등으로 젊은 유권자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연금에 의존하는 노인의 당’이란 비난을 면치 못했던 공산당은 1993년 주가노프의 당수 취임이후 젊은층을 겨냥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벌여왔다.

좌파,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자와의 폭넓은 제휴를 추진했고, 스탈린 체제의 경직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선거강령 등을 현대화했다.

1995년 12월 총선에서 국가두마(하원) 의석의 3분의 1을 획득하며 제1당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공산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의 단합당에 석패하긴 했지만, 오히려 높아진 지지율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사유화 및 자유시장체제에 반대하는 전통적 지지기반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선명한 개혁의지를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당의 노선에 불만을 품은 3명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당 선거전략에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해 주는 사례이다.

한편 주가노프는 1996년 대선에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게 역전패한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패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생명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현재로서는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이 차기 당권에 최근접해있으나, 주가노프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어 당분간 집단지도체제로 당이 운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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