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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뷰티' 눈부신 5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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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뷰티' 눈부신 5관왕

입력
200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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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독·남우주연·각본·촬영작품의 완성도에서는 ‘아메리칸 뷰티’, 기술에서는 ‘매트릭스’. 올해 아카데미는 이렇게 두 색깔로 구분지었다.

27일(한국시각) 미국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72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뷰티’는 작품, 감독(샘 멘데스), 남우주연(케빈 스페이시), 각본, 촬영을 휩쓸며 최다 부문(5개) 수상작이 됐다. 카메라 100여대를 설치해 플로모션(Flow Motion) 촬영기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 ‘매트릭스’는 편집, 음향, 음향효과편집, 시각효과상을 받아 4관왕이 됐다. 보수적인 아카데미는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면서도 백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리케인 카터’의 덴젤 워싱턴, ‘그린 마일’의 마이클 클락 던칸 등 유력했던 흑인 후보 모두를 탈락시켰다.

‘사이더 하우스 룰스’의 노배우 마이클 케인은 생애 두번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여우 조연상을 받은 ‘걸 인터럽티드’의 안젤리나 졸리는 국내에서 ‘본 콜렉터’로 매력을 뽐낸 존 보이트의 딸이다.

최다 부분(8개) 후보에 올라 일찌감치 최다 수상이 점쳐졌던 ‘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중산층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이다. 중년의 남성으로서, 직장인으로서의 혼란과 위기, 그에 따른 가정의 붕괴, 가족간의 단절, 동성연애에 마약문제까지 그 총체적 미국 현재의 위기들을 환상과 위트,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섞어 재치있게 풀어낸 영화는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것은 곧 일상의 아름다움이다. 거대한 성공이나 풍요로움이 아닌 바람에 날리는 비닐 봉지, 나뭇잎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 영화로 스필버그는 또 한번 관객의 심리를 꿰뚫는 정확한 감각을 과시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영국 출신 신인인 시각스타일리스트 샘 멘데스 감독에게 넘겨 주었고, 샘 멘데스는 생동감과 상상력, 감각이 넘치는 연출, 캐릭터를 조화시켜 이 영화를 21세기 할리우드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2월 26일 개봉해 흥행(26일 현재 서울 28만명)에 성공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아카데미 부문별 수상자

작품= 아메리칸 뷰티 감독=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남우주연= 케빈 스페이시 (아메리칸 뷰티) 여우〃 = 힐러리 스웡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남우조연= 마이클 케인 (사이더 하우스 룰스) 여우〃 = 안젤리나 졸리 (걸 인터럽티드) 외국어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각본= 앨런 볼 (아메리칸 뷰티) 각색= 존 어빙 (사이더 하우스 룰스) 작곡= 존 콜릴리아노 (레드 바이올린) 주제가= You'll Be In My Heart (타잔) 미술= 릭 하인리히 & 피터 영 (슬리피 할로우) 촬영= 콘라드 L 홀 (아메리칸 뷰티) 편집= 자크 스탠버그 (매트릭스) 의상= 린디 헤밍 (톱시 터비) 분장= 크리스틴 블룬델 & 트레포 프라우드 (톱시 터비) 음향= 매트릭스 음향효과편집= 매트릭스 시각효과= 매트릭스 장편 다큐멘터리= 9월의 어느날 단편 〃 = 킹 김프 단편영화= 사탄의 제자를 꿈꾸는 엄마 단편 애니메이션= 노인과 바다 어빙 탈버그(특별상)= 워렌 비티 평생공로= 안제이 바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힐러리 스웡크

사회를 맡은 빌리 크리스탈은 그녀를 “미스터 힐러리 스웡크”라고 소개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에서 그는 정말 남자였다.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그는 “아주 오랜 여행을 끝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작진이 무려 2년 반 동안 오디션을 계속했지만 마땅한 배우가 없어 지쳐가는 어느날, 그녀는 두꺼운 모직 셔츠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머리를 안으로 틀어올리고 나타났다. 그는 이 역을 위해 4주 동안 남자로 행동했다. 1993년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포즈 시티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여성감독 킴벌리 피어스가 겨우 200만 달러(22억원)를 들여 완성한 이 영화에 대해 그녀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영화. 작은 영화지만 보호하고 키워주어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그것은 곧 그녀가 푹 빠졌던 배역 티나 브랜던이 바라던 것이기도 하다. 여자 친구 라나와의 진실한 사랑을 인정하지 않은, 육체적 성의 구분으로 한 인간의 삶을 무참히 짓밟는 세상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성의 역할을 바꿔 연기해 주연상을 받은 경우는 ‘투시’의 더스틴 호프먼에 이어 두번째. 아홉살 때부터 TV에 출연해 온 그는 ‘더 웨이 위 워’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대현기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케빈 스페이시

“한 사람의 이해 못할 행동도 커다란 맥락에서 보면 용서가 가능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파멸을 앞둔 위험한 중산층 가장 캐스터 버냄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빈 스페이시(41)의 수상 소감이다. ‘연기는 잘 하지만 만년 조연배우’라는 유쾌하지 못한 평가를 받아 온 그는 ‘아메리칸 뷰티’로 다시금 연기력은 물론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과시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 1981년 ‘헨리 4세’로 연극 무대에, 1986년 ‘하트번’에서 지하철 좀도둑 역할로 영화에 데뷔했다. ‘워킹 걸’(1988) 이후 지지부진 했으나 이중 인격자 연기를 탁월하게 해 낸 ‘유주얼 서스펙트’(1996)로 그 해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탄 이후 상승일로. ‘쎄븐’ ‘LA컨피덴셜’ ‘타임 투 킬’ ‘네고시에이터’ ‘벅스 라이브(목소리연기)’ 등 할리우드 고예산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조연으로 자리잡았다.

사색적 성격으로 LA 빈민가에서 주운 개 ‘레가시’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언론으로부터 몸을 잘 숨기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아직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 그게 좋다. 그럴 수 없다면 배우를 관두겠다”. 철저한 비밀주의 스타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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