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에서는‘세계 불어권의 날’을 기념하기위한‘불어권 문화주간’행사가 열렸다. 주한 8개국 불어권 대사관 (벨기에, 캐나다, 코트디브와르, 프랑스, 가봉, 레바논, 스위스, 튀니지)을 중심으로영화 상영과 책전시회,‘문화의 다양성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한 원탁토론 등 다양한 행사들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 행사를 치르며 앞으로도 다양한 불어권 행사가 이곳 한국에서도 더 자주 개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그것은 불어권 국가들이 타히티에서부터 캐나다, 아프리카대륙의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5대륙에 걸쳐 약 50개국에 이르지만, 서울에서는 너무 멀고 문화적으로 그다지 살갑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한국이 불어권에 소속돼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불어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정말 놀랍다는 사실이었다. 불어를 배우는 고등학생 수는 32만명, 대학생 수는 2만명에 달하고 한국 대학중 절반가량에 불어과가 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아시아에서 불어를 가장 많이 배우는 국가는 바로 이곳, 한국이었다!
기실 이번 불어권 문화주간행사는 불어와 그 가치를 공유하는 해외의 불어권국민들끼리만 즐기는, 그런 행사는 아니었다. 이번 행사의 진짜 목적은 바로 불어권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존재를 한국에 알리는 것이었다.
사실 언어 공부는 문법과 단어 공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역사를 배운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불어의 역사는 그렇게 따지자면 더욱 유서가 깊다. 정말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 역사에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작가 베켓 (Beckett), 마로크의 타하르 벤 제룬 (Tahar Ben Jelloun), 레바논의 아민 말루프 (Amin Maalouf), 미국의 줄리앙 그린 (Julien Green)이 없었더라면 불어문학은 어떻게 됐을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불어를 공부했든 안했든 간에 한국인들은 프랑스와 프랑스의 불어에만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은 점이다.
이번 불어권 문화주간행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이 불어는 프랑스만의 언어가 아니다. 불어는 특별한 활동도 없고 인위적인 불어권 공동체의 언어가 아니라 다이내믹하고 강한 문화공동체의 언어인 것이다.
마리즈부르뎅·프랑스대사관 공보관·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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