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의 음모를 고발하는 영화인 ‘인사이더’에는 흡연 장면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줄담배를 피워대도 뭐라 하기 어려울 만큼 고뇌하는 장면이 적지 않지만, 제작진과 연기자들은 잘 참아 넘기고 있다. 흡연에 관해서만 비교하자면 ‘인사이더’와 대치점에 놓이는 영화가 ‘스모크’와 ‘블루 인 더 페이스’일 것이다.뉴욕 브룩클린 3번가 모퉁이에 위치한 초라한 담배가게를 드나드는 토박이들의 사연을 모자이크한 ‘스모크’에는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법과 같은, 담배에 빗댄 감동적인 인생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애연가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모크’를 만드는 동안에 영화의 철학적인 깊이와 제작 분위기에 반한 배우와 스태프는 속편 제작을 즉석 결의한다. 원작자 폴 오스터, 감독 웨인 왕, 주연 배우 하비 카이텔이 같은 세트에서 비슷한 구성으로 만든 것이 1996년 작인 속편 ‘블루 인 더 페이스(Blue in the Face)’이다(12세 이상·우일). 그러나 즉흥적인 제작 결의와 진행 방식은 ‘블루…’의 장점이자 한계로 작용한다.
배우의 얼굴이 시퍼렇게 될 정도로 대사를 했기 때문에 ‘블루 인 더 페이스’라는 제목이 붙었다는데, 줄거리 요약이 불가능하고 무의미할 만큼 담배 가게를 드나드는 서민들의 수다로 90분을 채우고 있다. 적은 개런티를 마다 않고 출연한 스타들의 깜짝 출연이 장난이 아니다. ‘스모크’에서 담배에 얽힌 잠언을 도맡았던 윌리엄 허트의 역할은 영화 감독인 짐 자무쉬에게 넘어갔다. “섹스 후의 담배 한 대는 그만이지. 담배와 마시는 커피는 아침 식사로 최고고. 할리우드 영화가 담배 피우는 걸 미화했어.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마를렌 디트리히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배운 이들이 적지 않을 거야. 담배는 죽음과 같아” 등의 대사를 하염없이 늘어놓는다. 가수 루 리드의 뉴욕 예찬, 흑인 소년에게 가방을 도둑맞는 행인 역의 미라 소르비노, 여론 조사원이 된 마이클 제이 폭스, 노래 전보 배달원 마돈나, 거지로 죽치는 릴리 톰린 등을 모두 알아본다면 정말 대단한 영화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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