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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어디로 가나

입력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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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분할도 혼미… 분쟁장기화 가능‘현대호 어디로’

현대자동차가 26일 정몽구 현대회장을 유임시킨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사인을 공개하면서 현대그룹은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경영의 구도를 짜던 정몽헌 회장측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정몽구 회장측의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 명예회장이 실제 24일 정몽구 회장을 경영자협의회 회장에서 면직시키는 방안에 동의했다가 이틀만에 취소한 상황 하나만으로 현대그룹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두 형제가 그룹 후계 경영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지만 외부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드러내놓고 상대방을 공격,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꼴이 됐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일단 그룹 회장 자격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14일 촉발시킨 현대증권 인사파동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 명예회장이 14일 서명했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고려산업개발 회장 전보조치 안은 24일자로 무효화됐고, 정몽헌 회장측이 여기에 더해

24일 발표한 정몽구회장의 ‘경영자협의회장 면직’안은 26일자로 무산시킨 셈이다.

그러나 양측 감정의 골이 봉합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져 앞으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그룹의 5개그룹 분할 계획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현대그룹은 전자, 건설, 중공업, 자동차, 금융·서비스 등 5개그룹으로 분할될 예정이었다.

현대는 올 상반기 중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정공 등 자동차관련 계열사를 묶어 ‘자동차그룹’으로 떼어낸다는 방침이었으나 정몽구회장측이 금융부문등에 집착을 보이는 이상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이외 4개 그룹의 경우 현재 상태로는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를 맡고 정몽헌 회장이 건설, 전자, 금융·서비스부문등 3개그룹을 맡는 구도로 돼 있다.

그러나 정주영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향배에 따라 상황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정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 지분은 현대건설 지분 4.49%, 현대중공업 11.56%.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대주주며,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대주주다.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 지분을 모두 승계받을 경우 현대그룹을 통째로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재계에서는 형제간의 분쟁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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