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의 새로운 세대 ‘00학번’들에 대한 교수·선배들의 평가는 완연히 상반된다. 한마디로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복잡한 시선으로 새내기들을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교수·선배들은 “장점을 북돋워 주고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폭넓은 인간관계와 깊이 있는 사고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 우리의 몫”(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 김인규·金仁奎·32·연구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학사회 기성구성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00학번’의 미덕은 사고의 자유로움과 당당함.
연세대 김용학(金用學·사회학)교수는 “자기표현 능력이 뛰어나고 시키지 않아도 자신있게 의견을 개진하는 적극적인 모습에서 이들의 성취와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교진(金敎眞·23·신방4)씨는 “‘00학번’은 화장실 낙서 뒤에도 학과와 이름을 밝힐만큼 다른 이들에 개의치않고 할 말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동의했다.
“빠른 판단과 직설적 표현에서 보이는 자신감”(이화여대 윤지혜·尹智惠·21·교육4), “선배들이 감히 못하던 일들을 해내는 과감함”(서울대 정주형·鄭周衡·27·법학3), “소신있는 행동과 개성”(경희대 김정배·金正倍·25·경영3)은 이들 만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권위나 기성질서에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 태도와 활력도 긍적적인 평가를 받는다. “사고의 폐쇄성과 극단적 분리에서 벗어난 다양한 생각과 의견”(경희대 류철우·柳喆友·24·국문4) “최후의 순간에도 최소의 도움만 요청하는 철저한 독립성”(연세대 문재웅·文載雄·23·법학2) “입학 3주만에 시위대 앞에 서서 주장을 펼치는 당당함”(이화여대 김정민·金靖敏·22·영어교육4) 등이 선배들을 놀라게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거나 실리추구, 기존질서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 등은 아쉬운 측면이다. 이런 것들은 쉽게 ‘버릇없음’으로 나타난다.
서울대 대학원 신진안(辛珍安·27·외교학 석사과정)씨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없이 논리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빈약한 사고를 논리로 포장해 자신의 주장만을 강변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음도 있었으면”(한국외대 정도희·鄭都熙·23·서반아어4),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 외에도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한양대 조상현·趙相賢·23·의대본과2) 하는 것들이 선배들의 바람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강정원(姜正遠)교수는 ‘00학번’의 출현을 “핵가족화로 어릴 때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큰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적 제약들을 한 순간에 뛰어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이들이 자기중심주의의 틀을 깨고 진정한 미래의 가능성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대학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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