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외국계증권사 순매수종목 = 외국인 순매수종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외국계증권사 주문의 20-50%는 사실 국내 기관들의 주문. 무턱대고 따라갔다가는 물리기 십상이다. 기관들이 오전에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수주문을 내 개미들을 유인한뒤 오후에 국내증권사를 통해 매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욱이 내달부터는 ‘외국인’의 실시간 매매동향 서비스가 중단돼 ‘장중 외국인 따라가기’가 더 위험해졌다.
■종목별 장중 외국인 동향 어떻게 아나
가장 정확한 것은 증권전산이 판매하는 체크단말기. 체크단말기에는 종목별로 외국인뿐아니라 외국계증권사 정보도 제공된다. 그러나 사용료가 워낙 비싸 개미들은 엄두도 못낸다.
현대증권 등 극히 일부 증권사가 증권전산의 정보를 인용, 서비스하지만 일부 종목에만 한정된다.
결국 프로를 제외한 대부분 개미들은 증권사 단말기에 제공되는 외국계증권사를 포함한 증권사 매매현황을 위주로 외국인 동향을 파악한다. 증권사이트에 ‘주목, 외국인 집중 매수종목’이라며 소개되는 것도 외국계 증권사의 순매수 종목인 경우가 많다.
■‘외국계증권사 주문=외국인 주문’은 착각
외국계증권사를 통한 매매라해도 실제 외국인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 22일 코스닥 기관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중 서울방송 창명정보 등 5개종목은 외국인의 거래가 전혀 없었지만 외국계증권사의 매매는 상당수였다.
서울방송은 메릴린치 모건 노무라 SG CL SSB환은 등을 통해 총 6만여주 거래가 이뤄졌고, 창명정보도 노무라 SG 등이 6,000주 매도했다.
이들 종목을 매수한 99%는 국내 기관들이다. 23일 기관순매도 12위인 세종하이테크는 투신만 6,000주를 팔고 개인만 5,992주를 순매수했는데 투신의 6,000주는 모두 일본계 다이와증권을 통해 주문됐다.
D투신 펀드매니저는 “약정을 올려주는 만큼 외국인 동향에 대한 고급의 리서치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 외국계증권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미들의 ‘외국인 따라가기’를 악용, 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신사 관계자는 “꼭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하는 종목의 경우에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값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상쩍은 기관의 매매
21일 기관순매도 20위에 포함된 A종목. 외국계증권사 2곳에서 각각 8,994주씩, 1곳에서 1만주 매도했고 외국계 2곳이 각각 7,000주, 3,000주씩 매수했다.
그러나 이 종목에 대해 실제 외국인은 8,994주만 매도했을 뿐. 매도 1만8,994주와 매수 1만주의 주체는 국내기관이라는 얘기다. 이날 개인들은 이 종목에 대해 이날 1만6,364주 순매수했다.
결국 기관이 고의적이든 결과적이든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저가로 대량 매수주문을 내고 개미들을 현혹한뒤 오른값에 팔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외국계 증권사 매수중 기관들의 것으로 보이는 3,000주와 7,000주의 평균 매입단가는 16만9,000원, 17만2,000원이었으며 이날 종가는 18만6,500원이었다.
또 23일 B종목. 외국계증권사를 통해 5,297주 매수, 8,000주 매도됐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은 100주 매수만 했을 뿐. 나머지는 기관들의 것이고 실제 투신 은행 등은 이날 6만76주를 매도하고 1만6,475주 매수했다. 4만3,501주 순매수한 개인들은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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