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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무효' 법원 결정은 民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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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무효' 법원 결정은 民意다

입력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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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비민주적 공천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정당 내부 민주주의와 민주적 공천을 대의정치의 기본전제로 못박은 헌법정신과 실정법을 무시하는 악습에 대해 통렬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공천부터 민주화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아랑곳않던 방자한 정치권이 마침내 임자를 제대로 만난 꼴이다.서울지법 남부지원의 공천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은 무엇보다 정당 공천의 합법성여부가 사법심사 대상이라는 원칙을 천명한 점이 돋보인다.

법원은 지금까지 정치 보스들이 자의적으로 밀실·낙하산·돈공천을 되풀이하여 법과 민주정치 원칙을 짓밟는데도 이를 정당 내부문제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선거를 비롯한 정치과정을 규율하고 합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해야 할 사법부의 막중한 역할을 뒤늦었으나마 자각하고, 반민주적 공천행태를 심판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사법적극주의의 실천 모범으로, 또 이정표적 결단으로 높이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뜻을 정치권이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다. 법원은 민주당 군산 선거구 공천이 당규에 정한 공천신청기간을 어긴 점만을 문제삼은게 아니다.

민주당이 당헌 부칙에 ‘16대 총선후보는 총재가 당무위 의결을 거쳐 공천한다’고 규정한 것부터 위헌·위법이라고 선언했다.

후보 공천에 선거구 대의기관의 뜻을 반영토록 규정한 정당법을 편법으로 비켜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은 물론, 주요정당의 공천절차가 모두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

물론 하급심 결정취지가 사법부의 최종판단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또 대법원 확정판결에는 시일이 걸린다. 따라서 민주당은 임기응변으로 당규를 고쳐 기존절차대로 재공천한 후보로 선거를 치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공천무효소송과, 불법공천을 이유로 한 선거무효소송이 잇따를 것이 문제다. 사법부가 그릇된 정치풍토를 바로잡겠다는 사법적극주의에 입각해서 이번 결정과 일관되는 판결을 하고, 이에 따라 재선거 사태와 정치질서의 일대혼란이 오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주 헌법재판소가 93년 비민주적 공천을 이유로 의회선거 전체를 무효화한 선례를 더 이상 남의 일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임시방편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법원의 전에 없이 단호한 의지와, 그 바탕이 된 국민의 거센 정치개혁 요구를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이라도 비민주적 공천을 바로잡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출발선인 공천과정에 당원과 유권자가 참여하는 ‘유권자지배’원칙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법원과 국민의 거스를 수 없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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