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푸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6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리할 것이 확실하다. 투표 전 여론지지도가 50%를 넘어, 선거자체가 푸틴을 위한 신임 국민투표로 불릴 정도다.‘푸틴 시대’는 적어도 4년 임기를 연임하는 등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다원적 민주정치로의 변화와 정권교체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푸틴이 이끌 러시아의 장기적 변화, 특히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조망해야 할 것이다.
1억5,000만 러시아인들은 푸틴에게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실패한 전임자 옐친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면모가 국민의 변화열망에 부합한 결과다.
그가 내보인 지도자적 자산과 덕목은 40대의 젊음과 건강, 법학전공의 KGB출신다운 이성과 규율, 절제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법과 질서유지,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 국민적 자존 회복 등을 약속했다.
옐친 통치 9년간 모든 질서가 붕괴되는 혼란에 지친 국민은 안정을 되찾을 강한 지도자를 비로소 만난 안도감과 기대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외부세계는 푸틴의 부정적 면모에 주목한다. 무명의 정보기관 출신에서 총리로 발탁된지 불과 몇달만에 대권후계로 지명된 경력에 비춰 안정된 통치력을 의심한다. 또 무리한 체첸전쟁을 강행하고, 법과 질서를 외치는 것에서 독재통치를 예상한다.
특히 절실한 경제개혁 플랜이 없어 개혁의 장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현실에 비춰 상당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외부세계의 ‘러시아 읽기’에 으레 깔려있는 편견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서방은 과거 소련과 개혁자 고르바초프의 퇴장을 재촉하고, 장래가 불확실한 러시아와 옐친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리고 옐친이 경제는 물론 민주주의까지 도탄에 빠뜨리고, 국제질서 변화에 무기력을 노출한채 퇴장한 다음에야 고르바초프 개혁의 장래가 오히려 밝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서구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개혁 지도자 출현을 꺼리고, 강한 러시아의 대두를 저지해온 역사가 새삼 거론된다. 이런 국제정치 역학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푸틴과 러시아의 장래가 험난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혼돈과 추락을 마냥 지속할 것으로 예단해서는 안된다.
푸틴은 강력한 통치로 내부안정과 국제적 위상회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에 유일하게 중국이 맞서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도 미묘한 변화가 올 수 있다.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개혁의 장래도 관심거리지만, 우리가 특히 신경쓸 것은 이런 장기적 세력구도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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