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일방적으로 서해 5개 섬 주변해역에 대해 소위 ‘통항(通航)질서’라는 것을 선포해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 영토임이 분명한 서해 5도가 당장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만반의 대응책은 세워야 한다.오히려 이럴 때일 수록 정부는 차분하고 기민한 대처로 북한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해서 영토방위에 한치의 차질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현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려우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북한은 지난번 김대중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이후 우리측의 대북자세를 한차례 점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베를린선언이 북한에 던진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계량키 어렵다. 남쪽 정부가 북한의 낙후한, 그래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도로 항만 철도 전력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는 파격적임에 틀림없다.
특히 현재 한국은 총선국면에 처해 있다. 또 대북정책에 관한 한 여야간에 현격한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미묘하기 이를데 없는 서해에서 긴장사태를 촉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지력을 시험하는 한편 더많은 외교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 이 선언은 우리사회 내부를 교란하려는 책동일 수도 있다. 정부가 이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침착한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로 북한의 일방적 선언이 대미(對美)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전술용일 가능성이다. 지난주 뉴욕 북·미 고위급 접촉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북한이 서해의 안전을 담보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대미 압박 제스처를 취한게 아니냐 하는 분석이 그래서 가능하다. 북방한계선의 공론화를 통해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려는 분위기 조성용이란 지적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꽃게잡이 철을 겨냥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6월 남북간에는 소위 서해교전을 통해 꽃게잡이 해역에서 한바탕 해전을 벌인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체없이 당국자간 회담에 응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북방한계선 문제를 포함, 현안논의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 개최를 제의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이 만약 공동어로구역 설정등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면 향후 남북관계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양측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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