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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벤처 미래를 보자](5.끝) 전통산업과 접목

입력
200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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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자’모처럼 불붙은 벤처 열풍이 한낱 신기루가 아닌, 경제발전의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벤처업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성공을 향해 돌진하는 벤처인이나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정부 모두 단거리 경주를 멈추고 미래를 내다보는 새 판 짜기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 작업은 우선 ‘사이비 벤처’를 솎아내고 ‘참 벤처’의 모델을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업체로는 드물게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37)사장은 여러 면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아래아한글’개발 주역이었던 그는 1995년 창업 초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우리 SW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는 그는 홈페이지 저작도구 ‘나모웹에디터’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2개국 시장을 뚫는 개가를 올렸다.

올해는 매출목표 120억원중 60억원을 수출로 달성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그는 1월 김흥준(金興埈)전 경인양행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히고 기술자인 자신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벤처인들도 이제 변해야 한다. 독보적 기술과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해외로 눈을 돌려 달러를 벌어들여야 한다.

안철수(安哲秀)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는 “끊임없는 조직 혁신을 통해 기업다운 면모를 갖춰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시가총액 수조원인 상장(등록)기업의 창업자가 능력검증 없이 경영 전권을 고집하는 것은 투자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잘라말했다.

생태계 존속의 필수요건인 물과 공기(자금)를 대는 벤처캐피털의 제자리 찾기도 시급한 과제다. ‘실리콘밸리 신화’는 자금공급은 물론, 꾸준한 경영지도로 기업성장의 ‘조타수’ 역할을 한 벤처캐피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창업투자사 100개중 제대로 된 벤처캐피털은 20개 안팎에 불과하다. ‘돈놓고 돈먹기’식 투기를 일삼는 창투업계 전반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효상(柳孝相)인터벤처㈜사장은 “진입장벽을 낮추되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박현주 펀드’ 등 뮤추얼펀드처럼 벤처 투자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책임있는 투자가 이뤄지고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다. 정부의 과감한 벤처육성 정책이 벤처 붐 조성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보호·지원은 결국 벤처업계 자생력만 약화시킬 뿐이다. 벤처육성을 부르짖다 최근 코스닥 과열과 사이비벤처 난립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당장 벤처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규제강화를 들고 나오는 ‘냉-온탕 넘나들기식’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이제는 칼자루를 시장(市場)에 맡기고 정부는 시장질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벤처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초 환경과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벤처 붐,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 열풍에 밀려 침체된 제조업체를 살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신백규(申百珪)자유기업원 벤처경영실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관계는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상호 접목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윈윈게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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