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시대가 열렸다.’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인사안을 백지화하고 정몽구(鄭夢九)회장을 현대 경영자협회회 회장에서 면직시킴에 따라 현대그룹은 명실상부하게 정몽헌(鄭夢憲)회장 단일체제가 됐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정몽구회장을 그룹회장에 임명한 것은 1996년 1월. 정명예회장은 2년2개월 후인 1998년 3월 그룹의 해외부문을 강화한다며 정몽헌회장을 그룹 공동회장에 임명했다. 이후 3년동안 형제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승계권을 놓고 숨가쁜 경쟁을 펼쳐왔다. 결국 정명예회장은 지난해초 현대를 5개 소그룹으로 분할, 각 소그룹을 2세들에게 나눠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부문만은 ‘전문경영인’체제를 표방, 이번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이제 정명예회장이 정몽헌회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정회장은 건설, 전자에 이어 금융부문까지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정주영, 왜 번복했나
정주영명예회장은 13일 경영자협의회에서 계열사 회장단으로부터 “최근 현대계열사 주가하락에 대해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어 14일 정몽구회장이 제시한 4명의 후보 중 노정익(盧政益)현대캐피탈 부사장을 현대증권 사장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24일 귀국한 정몽헌회장은 정명예회장에게 “이익치회장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을 이만큼 성장시키고 현대그룹의 재정을 담당해온 공신”이라며 “현대그룹의 전반적 주가 하락의 책임을 이익치회장에게 돌리는 것은 형님(정몽구)측의 억지 논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몽헌회장은 정몽구회장측이 그룹구조조정위원회라는 공식기구를 통하지 않고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인사안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이번 현대 인사파동을 불러일으킨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 왕회장(정명예회장)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현대그룹 어떻게 될까
정명예회장이 정몽구회장을 현대경영자협의회장직에서 면하도록 한 것은 이번 인사파동의 책임자로 정회장을 지목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대는 2003년까지 중공업부문, 건설부문, 금융·서비스부문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나 모두 정몽헌회장 계열이다. 결국 ‘현대그룹의 후계자’역할은 정몽헌회장이 맡게 됐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