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대가리 ○○○ 의원.” “선거 소요물품, 홍보물을 국내 최저가격으로 납품합니다.”이번 총선이 “본격적인 첫 사이버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서둘러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권자와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기대했던 후보자들이 일찌감치 ‘낡은’ 선거방식으로 돌아섰다.
홈페이지마다 온통 욕설과 광고 등 정크메일로 도배되다시피해 현실공간을 능가하는 또다른‘정치 난장판’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 한마디로 겉모양새만 디지털일 뿐 의식이나 내용은 아날로그식인 셈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 사이트에는 “광신도들, 대통령병 환자들만 모여있는 당에 속지마라. ○○인들이여, 정신차려라”등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메일이 수십건이 게재돼 있다.
야당 A의원의 사이트에도 “썩어빠진 쓰레기같은 당”이라는 비교적 점잖은 욕설에서부터 “○○놈들, 피박쓰고 쫓겨나서 결국 ○○도를 병신으로 만들고 있다”등의 입에 담기어려운 욕설이 수십건 올라있다. 또 다른 야당의 B의원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있는 300여건의 글중에는 “TV토론에 당신이 나온 것을 봤는데 정말 웃겼다. 국민들의 웃음을 위해 개그개발이나 하는게 좋을 것. 서울법대출신의 첫 개그맨이 될 수 있다”등의 비아냥이 주류였을 뿐 정책제안이나 따끔한 충고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갖 여론조사기관, 장비대여, 이미지 메이킹, 홍보대행사 등 ‘선거특수’를 노리는 업체들의 광고들도 넘쳐난다.
S사는 야당의 한 유력후보에게 “이번 선거에서 당신의 당이 확실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획기적인 선거아이템을 제공하겠다”며 “경쟁당인 ○○당 창당대회에서 선보였던 ‘춤추는 댄스인형’을 구입한다면 확실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광고메일을 띄웠다.
또 한 보안설비업체는 “당신의 사무실이 도청가능성이 있다”며 “우리에게 연락을 준다면 즉시 철통방어를 해주겠다”는 글을 보내놓은 상태다.
결국 이런 저질메일이 난무하자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중앙집행위의장은 공지사항을 통해 “욕설이나 근거없는 비방 혹은 상업광고의 경우 다수의 네티즌을 위해 부득이 삭제·수정토록 하겠다”며 게시판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아예 홈페이지관리에 손을 뗀 상태다. 김상현(金相賢·민국)의원 홈페이지운영자 김 민(金 民)씨는 “상업광고와 비방이 급증하고 있지만 인원부족으로 관리가 어렵다”며 “인터넷 홈페이지가 후보의 이미지메이킹에 역효과만 낳고 있다”고 고충을 밝혔다.
총선연대 이경숙(李京淑) 사이버팀장은 “의원 홈페이지 저질화의 원인은 무엇보다 네티즌의 교양부족때문이지만, 사이버 정치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의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성실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맨峙???성숙되지 않는 한 사이버 정치공간은 쓰레기들로 뒤덮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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