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전대통령이 23일 마침내 김대중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그동안 틈만 나면 김대통령에게 ‘독재자’ ‘이성을 잃은 사람’등의 독설을 퍼부었던 김전대통령은 이날 “독재와 거짓말로 일관하는 김대중씨에게 더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면서 “이제는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전대통령은 ‘국내에 살 자격도 없다’는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의 발표를 김대통령의 말로 간주, “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과 똑같이 나를 외국으로 쫓아 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전대통령의 하야 주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김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최극점까지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말(言)로는 갈 데까지 간 셈이다. 김전대통령은 19일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 후)심각한 사태가 올 것” “이승만박사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며 하야 주장의 뉘앙스를 풍겼지만 ‘하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YS의 이날 발언은 이번 총선을 ‘김대통령 하야 투쟁’으로 몰고 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종웅(朴鍾雄)의원도 “김전대통령이 하야를 주장할 때는 나름대로 생각과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전후해 본격적인 정치 개입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의 하야 주장을 치밀한 계산이 깔린 정치적 포석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보다는 감정적 대응의 성격이 짙다는 게 설득력이 있다.
총선 마당을 이용해 특정 정당과 연계, 현 정권과의 본격 투쟁에 나서기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자신의 대변인격인 박의원의 입을 통해 주장을 펴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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