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병 만큼 일반에게 잘못 알려진 질환도 드물다. 흔히 ‘미쳤다’거나 ‘정신이 나갔다’고 말하는 병이 바로 정신분열병. 한 번 걸리면 영원히 폐인이 될 것같은 공포감을 주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암’으로도 불린다.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신약과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사회복귀도 가능하다. 최근 뇌의 신비가 하나씩 벗겨지면서 정신병은 마음이 아니라 몸의 병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즉 전두엽과 측두엽 부위의 뇌신경망 이상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평생 이 병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은 인종에 관계 없이 전인구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정신분열병 환자는 비현실감을 느끼고 환청, 망상 등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거나 별다른 이유없이 대인관계를 기피한다.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미국 영화 ‘식스센스’의 꼬마주인공이 바로 전형적인 정신분열병 환자이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정신분열병의 치료 성공률은 70%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80%나 된다. 초기 환자는 약물치료만으로도 80% 정도는 호전된다. 요즘 나온 자이프렉사, 리스페달과 같은 신약은 치료효과가 높으면서 부작용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약물치료만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신사회 재활’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병원, 가족교육, 사회성훈련, 직업훈련 등 재활치료를 병행해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분열병클리닉은 치료의 관건이 되는 발병 초기에 정확한 환자평가를 통해 재발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즉 초기 단계부터 약물상담 및 교육, 가족관계 자문, 사회기술 및 대인관계 훈련 등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정신분열병의 만성화를 막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 클리닉 김용식교수(대한정신분열병학회 이사장)는 20년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환자 특성에 맞는 약물치료를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난치성 환자들이 전국에서 의뢰되고 있다. 그의 저서인 ‘정신분열병의 약물치료’는 정신분열병 치료 지침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정신병원과 아주대병원 정신분열병클리닉은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결합한 통합프로그램이 짜임새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이호영교수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신분열병은 오랜 시간 경과를 보며 치료해야 하는 만큼 시의적절하게 약물과 재활치료를 입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클리닉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재활치료의 경우 용인정신병원 이주훈박사, 한양대병원 남정현교수 등이 전문가로 꼽힌다. 의정부의료원 정신과 김진학과장도 미국에서 재활치료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돌아와 지역사회 재활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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