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더 계시기도 어렵고 집에 모셔가기도 힘든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최근 한 뇌졸중 환자의 가족이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다. 사실 그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몇 개월 째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기관지절개를 하고 호스를 통해 음식공급을 받는데다 소변줄까지 끼고 있어 집에 모시고 가기가 어려운 상태였다.그렇다고 특별한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환자를 계속 병원에 모시고 있기도 쉽지 않았다. 환자가 처음 응급실에 입원했을 때는 의식이 없어도 좋으니 살 수만 있었으면 하는 게 모든 가족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니 복잡한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처음에는 아들, 며느리, 딸 심지어는 심성 착한 손자, 손녀들까지 순번을 정해가며 열심히 수발을 들었다. 하지만 그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모두 직장이나 학교, 집안일이 있는데 병 수발만 계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병 수발도 정신이 멀쩡하고 사지라도 움직이는 환자라면 어찌 해볼 수 있겠지만, 의식이 없어 호스로 음식을 투여하고 대소변을 받아내야 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할 수 없이 병 수발을 전담할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병원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니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국 사이좋던 형제 사이에 분란이 생기고 시집간 딸과 며느리 간에 갈등이 커져 이제는 가족이 만나면 싸움을 하는 지경이 됐다.
병원에는 뇌졸중이 아니라도 장기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환자가 집안에 한 명이라도 생기면 가족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없을 뿐더러 가족 전체가 불행해진다. 이런 문제를 언제까지 가족의 일로만 미뤄 놓을 수는 없을 것같다. 이제는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김형규·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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