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짐승이었어요.”23일 자신을 10여년이나 쫓아다니며 20여차례 성폭행하고 수천만원을 빼앗아 간 이모(50)씨에게 쇠고랑을 채운 강모(34·여)씨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부들부들 떨었다.
강씨가 이씨의 마수에 빠진 것은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1989년 7월 어느날. 이씨의 동생과 결혼을 약속한 강씨는 그날도 애인을 만나러 이씨의 집에 놀러갔다 ‘예비 아주버님’인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강씨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나는 짐승’이라며 악마를 자처한 이씨는 강씨를 찾아와 근처 야산이나 여관 등지로 끌고 다니며 성폭행을 일삼았는가 하면 대출금 1,000여만원과 결혼준비금 등 1,800여만원을 갈취했다.
급기야 낌새를 챈 결혼상대자는 절교를 선언했고 강씨는 이때의 충격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강씨가 이씨의 마수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결혼. 94년 4월 정모씨와 결혼했지만 행복은 한달도 가지 못했다.
신혼집에 불쑥 나타난 이씨는 다짜고짜 강씨를 인근 여관으로 끌고가 물고문과 매질, 성폭행을 자행했다. 이씨는 또 성폭행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남편에게 보여주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냈다.
견디다 못한 강씨는 결혼 한달만에 남편과 헤어졌다. 이후 강씨는 아무리 집을 옮겨도 이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6년 1월에는 조카의 교통사고 합의금 4,300여 만원을 갈취해 갔다. 이씨의 거머리같은 행각이 막을 내린 것은 21일. ‘한계상황’을 견디다 못한 강씨가 서울 종암경찰서에 기막힌 사연을 털어놓은 것.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동생의 결혼상대를 가로챈 것은 미안하지만 우리는 서로 좋아했다”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였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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