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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교실에 詩心 싹틔우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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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교실에 詩心 싹틔우는 선생님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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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하면 화려한 미사여구를 떠올리기 쉽지만 글쓰기의 첫째는 정확성입니다.”28년째 대전 성모여고에서 문예반을 지도하고 있는 김수남(金秀男·56) 국어교사. 글쓰기에도 겉멋을 부리기 쉬운 여고생들에게 그는 맞춤법과 어법, 논리정연한 전개, 적절한 어휘구사 등을 강조한다. “선생님께 습작을 제출하면 원고지가 딸기밭이 되어 돌아오기 일쑤”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그는 문예반을 지도하면서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에 크게 기여한 점이 인정돼 23일 교육부의 ‘이달(4월)의 교사’로 선정됐다. 자칫 대학 가기 위한 공부가 학창시절의 전부가 될 만큼 삭막한 현실에서 김 교사의 활동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추억만들기’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그와 함께 문학을 논하고 시를 쓰면서 상상의 세계로 날아가는 해방감을 맛본다. 물론 이런 활동이 국어실력 향상이나 정서함양에도 보이지 않게 큰 도움이 된다.

그 결과 김 교사와 문예반 학생들이 77년부터 펴내고 있는 문학동인지 ‘냇글’(흐르는 냇물같은 글이란 뜻)은 최근 전국 학교신문·교지콘테스트에서 동아리회지 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충남대 국문과 2학년 시절인 1966년 소설 ‘조부사망급래(祖父死亡急來)’가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그는 문학소녀들을 지도하다가 퇴직 후에는 창작에 몰두하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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