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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쾰러호' 과제싣고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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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쾰러호' 과제싣고 출항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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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자존심’ 호르스트 쾰러(57)가 23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에서 임기 5년의 새 총재로 선출됐다.쾰러는 제 1, 2차 대전 및 대공황을 거치면서 극도로 불안정해진 국제통화질서를 회복하기위해 1945년 설립된 IMF 사상 첫 독일인 총재다. 독일에게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게 해 주었지만 정작 그가 떠 안게 된 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불거진 IMF 개혁문제다. 현재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 개발도상국 등은 나름대로의 개혁론을 펴고 있다.

IMF는 장기적인 신용대출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에 긴급자금을 대출해 주는 본원적인 기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 반면 현행 대출제도를 유지하되 정책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 개도국 등의 주장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비(非) 선진국들의 요구다. 이는 구제금융을 대가로 한 IMF의 처방이 경제회복보다는 해당국 정치구조의 개편이나 시장 개방을 유도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스탠리 피셔 IMF 수석부총재는 22일 “이미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추진중인 IMF는 미국이 권고한 개혁안중 상당 부분을 수용할 것”이라며 “쾰러 신임총재도 이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개발차관 제공이나 최빈국 부채 감축을 위한 대부까지 중단하라는 미 의회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지나친 역할축소”라며 수용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결국 쾰러가 교통정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IMF총재 선출과정에서 노출됐던 각국간 이해 조정도 쾰러의 과제중 하나다. 일례로 일본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투표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이 지역의 지분확대를 요구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주도의 IMF 운영을 개선하라는 요구로, 개도국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IMF 개혁론과 맞닿아 있다.

‘누수(漏水)’ 위기에 처한 대 러시아 차관 등도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경제회복으로 구제금융이 회수되고 있지만 러시아나 일부 중남미 국가의 차관 상환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쾰러의 IMF내 입지가 넓지 않다는 점이다. 그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던 미국이 마지 못해 동의해 준 것은 피셔 부총재를 비롯한 주요 간부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독일의 막후합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태생의 귀화 미국인인 피셔는 부총재직을 계속 맡는다. 쾰러는 자칫 미국의 결정에 움직이는, 꼭두각시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는 셈이다.

폴 크루그먼 MIT교수는 “IMF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TRB)의장 및 재무장관과 함께 세계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관리로, 영리하고 노련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외교적으로 강력히 밀어부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쾰러가 미국의 텃밭에서 이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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