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개나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이 주종을 이뤘지만, 요즘은 이구아나, 고슴도치 등 희귀동물까지 애완동물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애완동물이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의 주의사항을 알아 본다.■애완동물은 각종 질병을 옮기는 감염원
애완동물에게 병이나 기생충이 있으면 당연히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다. 묘조병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옮기는 대표적인 병. 고양이에게 할퀴거나 물리면 침에 섞인 세균이 사람에게 침투해 생긴다. 이 균은 고양이 털에도 묻어 있어 고양이를 쓰다듬던 손으로 눈을 비비면 묘조병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암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고양이가 물거나 할퀸 뒤 3-10일쯤 지나면 다친 부위가 욱신거리고 아프다. 팔에 상처가 났다면 겨드랑이 임파선이 붓고 아플 수 있다. 눈에 감염되면 눈꺼풀이나 결막이 붓고 충혈된다.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낫지만, 2-3개월 이상 계속되는 임파선염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 때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고양이의 대변에 섞여 나온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이 사람에게 전염되면 톡소플라스마증을 일으킨다. 목의 임파선이 붓는 게 대표적인 증상. 몸에 열이 나고 땀이 흐르며 근육통, 인후통, 피부발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임파선이 부으면 수개월이 지나야 호전되거나, 심하면 심근염, 폐렴 등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특히 임신부가 전염되면 유산하거나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파상풍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파상풍균은 흙이나 먼지는 물론 동물의 대변에도 섞여 있어 언제라도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개나 고양이에게 물렸을 때는 즉시 병원에 가서 항(抗)독소와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
평소 알레르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동물의 털이나 털 속에 사는 진드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면 눈에 보이진 않아도 애완동물의 털이 떠다니고 카펫이나 옷에도 묻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피하라
애완동물의 배설물이나 배설물로 더러워진 물건을 만져서는 안된다. 만진 경우엔 즉시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이 때 못쓰는 칫솔을 이용해 손톱 밑까지 잘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애완동물의 화장실로 모래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어린이가 이 모래로 장난을 하거나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 애완동물과 뽀뽀를 하거나 음식을 함께 먹는 행위는 절대 금물. 임신부나 건강이 나쁜 사람은 애완동물의 잠자리를 청소해서는 않된다.
■애완동물에게 날고기를 주는 것은 금물
정기적으로 기생충 약을 먹이고 예방주사를 맞추는 것은 기본. 동물의 털 속이나 집안에 있는 벼룩, 진드기도 수시로 제거해야 한다. 애완동물에게 날고기를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버릇이 들면 쥐를 잡아먹으려 들고, 이 것이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애완동물이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떠돌이 동물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5-6세 때까지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라
어린이들은 애완동물과 함께 바닥에서 뒹굴거나 뽀뽀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손가락을 동물의 입에 넣기도 하고 이렇게 오염된 손가락을 자신이 빨기도 하기 때문에 병이 옮을 위험이 더 크다. 게다가 애완동물을 장난감으로 여기기 때문에 물리거나 할퀴는 경우도 많다. 애완동물을 다루는 방법을 자주 가르치고 길 잃은 짐승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아이가 5-6세가 될 때까지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윤종률·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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