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李登輝)의 국민당 주석직 사임과 쑹추위(宋楚瑜)의 신당창당.”집권 51년의 영화를 반납해야하는 국민당의 현 주소이자 대만 정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총통선거에서 천수이볜(陳水扁) 당선자에 불과 2.5% 포인트차로 석패한 宋 전 후보가 비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宋 전후보는 22일 이번 주내로 신당인 신대만국민당(NTPP)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정당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온건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선거패배로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宋은 이미 19일 열린 신당 창당 추진대회서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를 보여줬다. 그는 1만명의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4년후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는 등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宋의 이러한 행보는 국민당을 더욱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宋과 국민당이 무관치 않기때문이다. 국민당의 2인자였다가 李총통의 후계자로 지명받지 못하자 탈당, 무소속 후보로 나선 宋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의 표를 상당히 잠식했다.
선거 패배후 국민당 당사 주변에서 격렬한 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당원중 상당수가 宋의 지지자였다.
宋이 22일 국민당사 시위현장을 방문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대만의 타이베이 타임스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에 실망한 상당수의 당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당은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려하나 역부족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선거패배의 모든 책임을 李총통에게 뒤집어 씌우고 당을 쇄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은 이미 구심력을 상실한 상태다.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안고도 23%의 지지율에 그친 롄잔(連戰)이나 샤오완장(蕭萬長) 부총통 후보가 국민당을 쇄신시킬 영향력이 있는 지 의문이다.
게다가 집권여당이지만 소수당인 민진당이 안정적인 정국운영을 위해 무소속 의원이나 국민당 의원 영입이나 연정구성 등 적극적인 정계개편에 나설 경우 국민당은 방어막이 취약한 상태다.
대만 국민들은 오랜 집권기간 중 누적된 국민당의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혁과제인 정격유착에 대한 본격적인 정화작업이 착수되면 국민당은 더욱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집권해온 국민당은 거대한 재벌이나 마찬가지다.
2,000억 대만달러(8조원) 이상의 사업체와 재산을 소유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정당인 국민당은 ‘부정부패’ 척결의 주 타깃이 될 수 밖에 없다.
입법의원 117명, 당원 250만명, 관련 조직 1만2,000개인 공룡야당 국민당은 이른 시일내 쇄신되지 않을 경우 내분끝에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세를 확대해가는 집권 민진당과 국민당의 일부분을 흡수하며 새로 탄생하는 宋의 신당, 축소된 국민당으로 정치권이 나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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