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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00학번](3)인스턴트식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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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00학번](3)인스턴트식 인간관계

입력
2000.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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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판의 키 하나,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익숙한 ‘00학번’은 ‘나 중심’의 인스턴스식 인간관계 속에 살고 있다. 기성 질서보다는 나의 순간적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친구, 부모, 선배, 친구, 스승 등 나를 둘러싼 어떤 사람이라도 내 삶에 손을 뻗치는 것은 질색이다.‘00학번’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성을 만난다. 손쉬운 만남이다보니 진지한 고민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이성관계는 어찌보면 “무료한 생활에 변화를 주는 수단”(성균관대 법학부 1 정재희·鄭在熙)일 뿐이다.

인터넷게임 상대였던 대전 모대학 3학년 여학생과 교제 중인 홍익대 경영학부 1년 이모(19)군은 “얼굴도 모르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마음만 맞으면 쉽게 연인이 된다”며 “하지만 하룻밤 만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애인보다 그냥 여자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속 편하다”(중앙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S군·18), “싫어지면 헤어지면 그 뿐”(서울대 사범대 1 P양·18)“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다가 아니다 싶으면 깨고…”(서울대 사범대 1 C양·19).

이성관계로 인해 자신의 생활이 변화되는 것도 극구 꺼린다. 연세대 사회계열 1학년 강윤희(姜潤喜·18)양은 “인간관계가 넓어지면 피곤하고 귀찮을 뿐이다”고 말했다. “서로 좋아한다 해도 나만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연대 공학계열 1 이영빈·李英玭·18·여), “내가 있어야 여자친구도 있는 거니까 나를 구속하는 여자는 필요없다”(연세대 자연과학부 1 심윤섭·沈潤燮·18)는 것이다.

‘00학번’은 혼전 성경험에 대한 생각도 거침이 없다. 경희대 경영학부 1학년 이모(19)양은 “고 2때까지는 혼전순결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고 3때 한 번 경험해 보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다만 사귈 때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1학년 신모(18)양은 “같이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느냐”며 동거 필수론을 폈다.

이런 현상은 교우관계나 사제·가족관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수업 중에 핸드폰이 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교수 말 몇 마디 놓치는 것보다 내 통화가 더 중요할 땐 어쩔 수 없다”(연세대 사회계열 1 강윤희·姜潤喜·18), “계속 강의 중이어도 시간이 되면 나가버리거나 끝내라고 야유할 때도 많다.

이때면 다들 휴대폰을 켜서 여기저기서 많이 울린다”(연세대 인문계열 1 형정원·邢靜媛·18·여), “명절날 친척집에 가도 심심하고 어른들께 인사하기도 서먹해 혼자 집에 있는다. 꼭 만날 필요를 못 느낀다”(경희대 조리학과 L군·18), “선배들에게 간섭받기 귀찮아서 휴대폰을 없애 버렸다. 필요하면 내가 연락하면 된다”(연대 인문계열 1 박종성·朴鍾聲·18).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 관계자는 “새내기들은 현실세계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자칫 인간관계에서의 퇴행현상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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