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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줏대있는 법원'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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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줏대있는 법원' 기대 크다

입력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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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선거재판을 1년안에 끝내고, 불법 당선자에게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겠다고 밝힌 것은 모처럼 듣기에 반갑다. 법원이 드디어 혼탁한 선거풍토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어느 때보다 혼탁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어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가 돋보인다.물론 법원의 다짐이 이례적인 만큼 회의도 크다. ‘오직 판결로 말한다’는 법원이 말을 앞세운 측면이 있고, 과연 다짐대로 될 것인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법원이 척박한 정치현실을 극복할 만한 의지와 힘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 것이다.

우선 선거재판을 2-3년씩 끌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이 선거법이 정한 기간인 1년내 처리를 자신하거나, 미리 홍보할 일은 아니다. 대법원은 법정기한을 지키기 위해 재판날짜를 한꺼번에 지정하고, 재판을 피하는 국회의원의 체포동의를 국회에 적극 요구하고, 궐석재판을 불사한다는 등의 강경책을 내놓았다.

모두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동안 법원이 법규정과 실행방법을 몰라 늑장재판을 거듭했는지, 또 총선뒤 기소된 선거사범의 여야 소속이나 완강한 저항을 무릅쓰고 방침을 관철할 것인지 묻고 싶다.

불법혐의가 입증된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겠다는 방침은 한층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음주운전한 서민에게 벌금 100만원을 때리면서도 불법선거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벌금 80만원’을 선고, 면죄부를 준 것이 법원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사소한 선거법위반 때문에 뒤집을 수 없다는 ‘솜방망이’ 판결이유는 온당하지만, 동시에 정치권을 의식한 핑계였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궁금하고, 그래서 단호한 의지도 미덥지 못한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회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단 사법부의 다짐을 신뢰하고 지지하고 싶다. 그래도 사법부를 정치권과 차별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법부를 불신하는 국민, 법원을 정치에 종속된 것으로 여기는 유권자도 법원에 그만한 존경과 기대는 아직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무엇보다 어지러운 선거풍토와 정치현실을 바꿔야 할 과제가 너무나 절박하다.

우리 현실에 걸맞지 않은 이상론이지만, 민주사회에서 선거를 비롯한 정치적 절차를 규율하고 합헌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책임과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

정치권과 국민도 이걸 깨닫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법부의 이번 의지표명을 그러한 역할을 자각한 결단으로 굳이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법원의 줏대있는 선거재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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