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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열성' 20대 부장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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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열성' 20대 부장승진

입력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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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우먼 성공학] 페더럴 익스프레스 채은미부장“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물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문과 결재가 간편해지면 그만큼 교역량은 늘어나기 마련이죠”

세계 3대 특송화물항공사인 페더럴 익스프레스 한국지사 고객관리부장 채은미(38)씨는 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이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85년 페더럴 익스프레스에 몸담은 지 15년. 국내에 취항하는 항공사 가운데 최연소(28세) 부장으로 파격적 승진을 한 지 10년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한 자리에 그렇게 오래 있을 수 있냐고 묻지만 저에게는 이 일이 천직처럼 여겨져 다른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그가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서울에서 미주 중남미 유럽 등 세계 각지로 운송되는 화물의 예약을 받고, 물건이 도착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지휘하는 일이다. 고객의 불만사항과 운항지연 등 사고를 처리하는 일도 책임지고 있다.

화물량에 따라 항공기를 배정하고 매일의 정기 비정기 운항스케줄을 건설교통부에 인가받는 작업까지 온갖 업무가 그의 손을 거치게 된다.

복잡한 스케줄을 관리하는 조직력, 민첩성과 고객을 대하는 순발력 등이 요구되는 일은 그의 적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의 상사인 한국지사장 찰스 아리나(44)씨가 그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movers and shakers)’이라고 부를 정도로 민첩하고 싹싹하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열성 역시 외국유학 경험이 없는 그가 외국계 기업에서 간부로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90년 신입사원 때부터 사무실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그를 눈여겨 본 당시 지사장이 임원승진시험을 권유했던 것. “당시만 해도 나같이 어린 여자가 부장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죠. 저 자신만 해도 망신만 당하는게 아닌가 했어요.” 시험은 길고 까다로웠다. “유럽으로 중요한 디스켓 배달을 맡긴 고객이 화물에 문제가 생겼다고 항의해올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는 “경험이 적어 완벽하게 처리할 수 는 없겠지만 선례를 참조해 해결하겠다”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정직이 최선의 대안으로 인정 받았다.

상대방의 불평에 귀를 기울이고 성실하게 반응하는 자세는 고객을 대할 때 뿐 아니라 관리자로서 부하직원을 대하는 데서도 늘 염두에 두는 점이다. 그가 매니저로서의 일에 특히 신경을 쓰게 된 것은 95년 오사카를 포함한 서일본지역까지 맡고 부터이다. “일본인들은 한국매니저에게 보고하는 일을 감정적으로 무척 싫어해요.”한국사람도 훌륭한 상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보통 영어로 하기보다 자국어로 얘기할 때 현지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해지더군요.” 일본인 직원들로부터 받은 높은 평가덕분에 95년 ‘좋은 매니저상’을 받았다. 그가 팀장으로 오픈한 서일본지역의 콜센터(고객상담센터)는 전세계 페더럴 익스프레스에서 가장 서비스 좋고 실적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업무를 위해 매일 일본어학원에 다녔던 것처럼 지난해 MBA를 딴 것도 관리직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 산업정책연구원이 핀랜드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과 공동주관하는 MBA과정은 10개월간 한국에서 수업을 받고 한 달동안 현지에서 강의를 듣는 집중프로그램이었다.

일에서는 막힘이 없는 그지만 이제 초등 5년생이 된 아들에게는 아무래도 ‘낙제생 엄마’일 수 밖에 없다. “퇴근후 아이의 학교준비물을 사러가면 문방구가 닫혀 있기 일쑤죠.” 아이 손을 잡고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를 찾아 헤매다보면 스스로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어린 자녀에 대한 육아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만 있다면 많은 여성들이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 나의 좌우명

항상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자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생활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외국계 기업의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는 물론 여러 분야에서 남보다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빨리 잊어버리도록 한다. 시간내 업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일을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직업가이드/국제특송화물업] 전자상거래시대 전망 밝아

국제특송화물업은 제조업을 지원하는 전통적 산업이면서 전자상거래 시대에 더욱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페더럴 익스프레스와 DHL, UPS 등 세계 3대 업체 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국제특송화물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비행기를 보유하므로 항공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취급하는 화물은 수출입품 등 대규모물량 외에도 개인들의 작은 소포류까지 포함한다.

국내 수출량의 2%가 항공으로 운송되고 있다. 양은 적지만 그만큼 수출품의 가치가 높은 아이템들. 매년 화물아이템의 변화를 통해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국제특송화물업은 주로 공항에서 화물선적을 담당하는 운송부서와 예약을 받고 관리하는 고객관리부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져 있다.

고객관리부는 조직력과 꼼꼼함, 순발력이 요청되며 여성의 부드러움도 고객과의 관계에서 장점이 된다. 외국어능력과 컴퓨터조작 능력은 필수.

외국계 특송화물항공사에 취업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경우 한국지사의 전체직원수는 100명 정도. 빈 자리가 있을 때마다 충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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