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 만큼 흥미있는 것은 없다. 누가 당선될 것인가, 그 추이를 미리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사들이 4·13 총선 출마자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결과를 경쟁적으로 공표하고 있는데, 지역구별 후보 지지도가 조사기관마다 들쭉날쭉으로 다르다. 도대체 어떤 것이 맞는지 유권자들은 헷갈린다.■똑같은 시기, 똑같은 대상을 놓고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 어느 쪽은 현저하게 앞서가고 어느 쪽은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면, 분명 어느 한 쪽은 틀렸다는 얘기가 된다. 여론조사 기관은 어차피 돈을 받고 하는 것이므로 자기 것이 맞다고 우기면 그만이지만, 당사자인 후보들은 죽을 맛이다. 앞선 후보 진영은 신이 나 저절로 선거운동에 가속도가 붙고, 뒤처진 후보는 기가 팍 꺾이고 만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파급효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이다. 후보들은 그야말로 장난삼아 던지는 돌멩이에 맞아 죽는 ‘연못의 개구리’ 신세가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정권도 점차 여론의 추이를 중요시하는 추세다. 노태우정권 때도 그랬지만 YS는 특히 여론의 추이에 민감했다.
YS가 ‘역사 바로세우기’ 등을 펴나가면서 주변을 살피지 않았던 것은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YS 때 청와대는 여론조사에 상당한 돈을 썼다고 전해진다.
DJ정권도 여론의 추이에 민감한 듯하다. 그런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옷로비 사건 때 청와대 비서실이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해 생채기를 깊게 남긴 것도 그중의 하나다.
■여론조사 결과가 절대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는 흔하다. 96년 15대 총선 때의 잘못된 예측이 그 대표적 사례다.
여론조사는 잘하면 약이지만, 잘못하면 독이다. 여론조사가 가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그런 연유다. 여론조사가 독이 되는 경우는 조사과정에 사(邪)가 끼기 때문이다. 최근의 일부 여론조사에서 그런 냄새가 심심치 않게 나는 것은 유감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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