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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론조사 신드롬'

입력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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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의 최대 특징으로 전국 각 선거구별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언론을 통해 유권자들의 손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여론조사결과는 선거와 관련한 화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 당과 후보자들은 폴(poll·여론조사)수치에 따라 일희일비를 거듭하고 있다.‘여론조사 신드롬’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15대 총선때만 해도 일부 지역구에 한해 시범적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공개됐을 뿐이다.

여론조사 공개는 유권자의 알권리 충족과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긍정성을 평가받고 있지만 총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여론조사 공개는 지역구별로 양강(兩强)대결 구도가 조기에 가시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될 사람 밀어주자’는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안부근(安富根)전미디어리서치 전무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사람이 더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여론조사에 밀리는 출마자측에서 의욕을 잃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미디어리서치의 김지연(金知演)과장은 “우세한 쪽에 표가 쏠리는 밴드웨건(bandwagon)효과와 약자를 보호하려는 언더독(underdog)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에 여론조사 공개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여론조사로 양당 구도가 조기에 고착화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3, 제4당 또는 무소속 후보들이 초반에 기선을 잡지 못할 경우에는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출마자는 “여론조사에서 열세로 나타나자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여론조사에서 초강세로 나타난 출마자는 ‘당연히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 때문에 주변의 지원이 예상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민련, 민국당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공천장을 반납한 후보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자민련 공천자중 무려 30여명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다른 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무소속 당선자도 과거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14, 15대 총선때 무소속 당선자는 각각 21명, 16명이었다.

정당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 공개로 과거보다는 조직과 돈의 영향력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정서를 주춤거리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오히려 일부 신인에게는 지명도를 올리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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