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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 러시의 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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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 러시의 뒤안

입력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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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벤처기업이 새 밀레니엄시대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많다. 디지털 경제는 세계적인 흐름이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넷과 벤처는 우리 사회의 화두(話頭)가 되어 있다.96년부터 99년까지 4년간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금액은 최소 19조5,000억원, 주식거래대금은 51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밝혔다.

그만큼 단기간에 엄청난 돈이 벤처기업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벤처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하게 된 것이 얼마 전이었나를 생각하면 가히 ‘혁명적’이다. 돈만이 아니라 사람도 급속도로 몰려 간다.

인터넷·벤처가 우리 경제를 이끌 새로운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데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사람은 드물다.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고용과 소득면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장차 우리를 먹여 살릴 산업은 분명 이들 디지털 쪽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벤처기업들이 이렇게 해도 좋은가라는 비판과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IMF 긴급 자금지원이라는 사태를 맞았을 때 그 원인중의 하나로 꼽은 것이 재벌의 문제점이었다. 벤처에 대해 국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벤처가 그같은 재벌의 마이너스 효과를 제거하고 플러스 측면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벤처기업들의 행태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두드러진다.

벤처의 특성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모험에는 끝없는 도전 정신이 기본이다. 그리고 그 바탕은 새로운 기술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시각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모험은커녕 과거 재벌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재벌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아 온갖 불합리한 행동을 합리화했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문어발식 확장, 기술개발에 대한 무관심, 주주 경시의 경영 등이 그것이다. 전경련이 정부의 벤처 지원책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골드뱅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벤처에 대한 인식을 명백히 해야 할 때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 지금과 같이 벤처에 자금과 사람이 몰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孫正義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일본의 산업구조를 변화시켰을 수는 있지만 수익구조와 지휘계통 등의 측면에서는 의외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을 되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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