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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00학번] (2)달라진 직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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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00학번] (2)달라진 직업관

입력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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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사(士)’자에 대한 미련과 환상을 버린 친구들이 많아요. 시키는대로 해야 하고 눈치 봐야 하는 조직생활은 숨이 막혀요. 누가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려고 합니다”(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1학년 김윤범·金允帆·19)‘00학번’ 새내기 대학생 사이에서 전통적 직업관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검·판사 등 권력형 직업이나 공무원·의사 등 안정적 직업이 차지했던 자리를, 조직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안정보다 도전과 성취감을 우선시 하는 ‘천인천색(千人千色)’의 직업관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00학번’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업군은 역시 첨단정보통신, 영상매체, 금융 관련 직종. “최고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로 구매자들을 사로잡는 광고디렉터가 되겠다”(외대 영어학부 경승현·慶昇顯·19) “역사만화가와 순정만화가”(서울대 동양사학과 이건희·19, 김소연·19·여)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 모의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다”(경희대 국제통상학부 정미현·鄭美玄·20·여).

그렇더라도 모두 이 방향으로 획일화돼 있지도 않다.

고려대 정경학부 1년 이혜정(李惠貞·19·여)양은 여행사를 차리는 것이 장래 희망. 이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소통’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고 직업선택 이유를 당당히 밝혔다.

“백숙과 닭도리탕 전국체인점을 만들겠다”(한국외국어대 도성련·都成蓮·20·여)거나 “국내의 우수한 운동선수가 에이전트의 무능으로 해외진출이 좌절되는 것을 보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진로를 정했다”(경희대 김황준·金黃晙·19) 는 등 전혀 선택에 거리낌이 없다.

연세대 공학계열 1학년 박정욱(朴貞旭·19)군은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 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중요한 직업 선택 조건”이라며 “자기 시간이 없고 일이 힘든 직업은 아무리 힘이 있다해도 인기 없다”고 말했다.

‘00학번’들은 선택이 분명한 만큼 직업 준비에도 철저하다.

장래 직업에 대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 대학에 들어온 경우가 많아 1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니거나 관련 동아리에 가입한다. ‘대학 1학년은 노는 시간’이라며 선배·동기들과 어울리거나 ‘친구따라 강남가는 격’으로 동아리에 가입하던 선배 세대와는 다르다.

고려대 경영학부 1학년 문형석(文炯晳·19)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IMF에 대한 미국 M컨설팅회사의 리포트에 푹 빠졌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수집을 시작한 문군은 대학 입학 후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기법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 동아리에 가입했다.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1학년 김호준(金昊俊·19)군은 함께 벤처 소모임을 하는 친구들과 군입대도 같이 할 계획이다. 같이 제대해야 손발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관계자는 “요즘 신입생들은 예전과 달리 처음부터 뚜렷한 직업관을 갖고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다른 재능이나 특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계발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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