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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아, 너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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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아, 너를 묻는다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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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광주비엔날레 29일 개막2000년.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에 광주가 아시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변한다. 29일 개막해 6월 7일까지 71일 동안 펼쳐지는 제3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人+間’. 46개국 247명의 작가들이 394점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의미에 대한 예술적 발언을 시도한다.

더구나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이하는 해. 과거 역사가 인간의 삶에 가했던 온갖 모순 구조를 역사의 현장인 광주에서 현대 미술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극복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르네 블록(독일) 토마스 핀켈펄(미국) 김유연(한국) 타니 아라타(일본) 김홍희(한국) 등 5명의 커미셔너들이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 아시아, 한국, 오세아니아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본전시를 꾸미며, ‘예술과 인권’ ‘인간과 성’ 등 5개의 특별전과 영상전이 마련된다.

장석원 전시기획실장은 “서구 지향 위주의 미술에서 탈피, 아시아적 특수성에 덧붙여 광주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부각시켰다”고 이번 행사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본전시 첫번째 공간을 아시아 미술에 할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미술의 전시를 총괄하는 본전시 커미셔너로 일본인 타니 아라타(谷新)를 선정한 것도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 커미셔너 선정은 처음.

인도의 나리니 마라니, 중국의 구웬다 등 11개국 20명의 작가들이 ‘아시아’의 본전시에 참여한다. 나리니 마라니는 난민이 사용하던 12개의 트렁크를 설치 작품의 재료로 사용, 트렁크 안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보스니아 전쟁, 비키니 환초에서의 원폭실험장면, 이로 인해 기형아로 태어난 사람들의 영상을 내보낸다. 구웬다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 글자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전시장 10㎡를 메우고 있는 작품들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은 머리카락들이다. 특히 한국의 머리카락은 광주시내 20개 미용실에서 협조해 4개월 동안 수집한 것이다.

‘유럽 아프리카’의 본전시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중부유럽권을 배제하고 대신 북유럽의 작가들을 선정한 것도 의도적인 전략이다. 다른 국제전과 별다른 차별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특정 서방세계 대신 문화적으로 소외됐던 국가를 선택한 것이다. 대표작가는 남아공의 캔디스 브라이츠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가라오케 2000’이라는 영상작업을 통해 가라오케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어학테이프 사이의 형식적 유사성을 보여준다. 언어를 배우는 행위는 곧 그 언어가 형성하고 있는 문화적, 국가적 가치들에 몰두하게 되는 또다른 형태의 문화적 전이현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본전시 ‘중남미’의 참여작가 자비에 테레즈(베네수엘라)는 비디오 설치작품을 통해 새장에 갇힌 새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깥 인간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전시 ‘한국·오세아니아’의 참여작가 김호석은 수묵화를 통해 4·19 혁명부터 부마항쟁, 노동자 빈민운동, 5월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민주화 운동사를 파노라마식 연작으로 그려낸다. 본전시 ‘북미’의 참여작가 글렌 라이곤은 자신의 모습을 도망자 수배 포스터 형식의 석판화 10점으로 제작, 인간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북미’ 작품을 전시하는 제2전시관은 지그재그 형식으로 역동적으로 꾸며 뉴욕 중심의 다원주의, 개인주의 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하되 그 가운데를 ‘한국’ 작품과 함께 전시해 한국의 집단주의와 대조를 이루게 했다.

한편 5·18 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념해 한국 민중미술운동을 근간으로 전쟁, 민족차별, 억압, 공해에 대한 시대적 이슈와 여성 노인 아동 동성애와 같은 인권문제를 다룬 ‘예술과 인권’전을 비롯,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 ‘인간의 숲 회화의 숲’ ‘인간과 숲’ ‘한 일 현대미술의 단면’ 등 5개의 특별전이 광주의 정체성과 3회 비엔날레의 화두 ‘아시아성’을 인간이라는 주제로 풀어낸다. 또 오광수 비엔날레 총감독이 각 전시장을 연결하는 의미의 ‘특별코너’를 마련하며 ‘상처’를 제목으로 이섭의 영상프로그램도 펼쳐진다.

1, 2회 때 주종을 이루던 설치미술이 줄어들고 회화가 같은 비중으로 전시되는 것도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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