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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기행/부산 "먹고살기 힘들어" 꼬일대로 꼬인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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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기행/부산 "먹고살기 힘들어" 꼬일대로 꼬인 표심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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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에서 만덕터널로 넘어가는 길이 꾸역꾸역 밀린다. 목을 빼고 차창 밖을 내다봐도 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산 유권자들의 마음도 이럴까”라고 설핏 생각하는 순간 꼬리가 끊겼던 택시 기사와의 말 수작이 다시 이어진다.“이게 원래는 99년말 완공 예정이었는데, 정권 바뀐 뒤 아직도 이 모양입니다.” 지하철 공사를 말하는 거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그 구간은 2002년이 공사완료 예정 시점이다.

아무려나 그의 이야기는 온통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언저리를 떠나지 않았고, 지하철 공사에 관한 ‘오해’도 ‘망가진 부산 경제’와 무관치 않았다.

개인 사업을 하는 정우로(53)씨의 주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체계적이다. “부산 경제는 DJ 정권이 확실하게 망쳐 놓았다. 그중에서도 삼성자동차 퇴출의 폐해가 가장 막심하다. 정권이 다시 바뀌지 않는 다음에야 부산 경제는 회생 불능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좋아서 찍겠다는 것도 아니고, 전라도가 싫다는 지역감정도 아니다.

생존권 차원에서 힘을 모아 주겠다는 것이다”라고 한나라당 지지 배경을 설명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되지만 부산이 어렵다고 난리인 것을 보면 선거에서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라는 서묘순(45·식당업)씨의 말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뜻의 다른 표현이다.

‘민주당에게 표를 줄 수는 없다’는 바닥 정서는 민국당의 지지 부진과 동전의 앞뒤 면을 이룬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민국당 후보들이 부산 전 지역에서 제대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국당 찍으면 민주당 좋아진다’‘민국당은 제2의 이인제 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캠페인이 상당 부분 먹혀든 결과임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국제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는 박재영(67)씨는 화제가 민국당에 미치자 “지난 대선 때 이인제(李仁濟)후보에게 상당한 표가 가는 바람에 이회창(李會昌)후보가 낙선했던 결과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거부감을 표시했다.

동구에서 20년 가량 살아온 회사원 주돈국(44)씨도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이 민국당의 부진 이유인 것 같다”고 짚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지의 이면에는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고, 이것이 30%대를 상회하는 부동층과 무당파의 존재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김병철(43)씨는 “부산진구에 살다가 작년에 해운대 신시가지로 이사를 갔는데, 누가 출마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회사원 박정희(36)씨는 “다 똑같은 X들이고, 찍어봐야 똑같이 되는데, 누가 된들 무슨 상관 있느냐”고 했다.

연산 로터리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최성수(47)씨도 “어제까지 여당하던 치들이 찢어져 손가락질하고, 야당도 이리저리 흩어진 상황에서 마음 줄만한 당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역 정서란 해묵은 난제는 “지역 감정을 들쑤셔 표를 얻으려는 선거행태를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김선영·23·여·대학생)이란 원론과 “부산이 DJ를 지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김민석·37·주점업)란 현실 사이에서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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