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제 이름 앞에다가 ‘행위예술자’라는 수식어를 붙여 두기 일쑤죠. 아마도 또라이라는 뜻인가 봐요.” 심철종(40)씨가 또 헛웃음 한판 터뜨릴 태세다. ‘햄릿 머신’의 주인공.‘경악과 충격의 연극’이라는 극단 창파측의 카피가 제대로 들어 맞았나. 여과되지 않은 객석의 감정은 차라리 솔직하다. ‘권력, 폭력, 섹스,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저항의 이미지들이 때론 구역질까지 일으킨다’(Id:nudity@hanmail.net).
“넌 버벌(non-verval) 무대 17년의 결론”이라고 그는 이 1시간 20분짜리 무대를 압축한다. 연극 관습에 대한 반항으로 요약되는 자신의 17년 세월이 당도한 결론이라는 것. 1997년 11월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폐차들을 모아 놓고 벌였던 한 판 ‘자동차시 모의 재판’의 뒤를 잇는 무대다. 반항의 몸짓, 경악의 반응. 게다가 국내의 무관심까지 가세하니, 그는 완벽한 국외자.
대학서 인쇄 공부를 하려 했던 것부터, 그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 좀 다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현대극단, 국립극장 연수원 등지를 헤매던 그는 1982년 전위 예술가 무세중씨와 만나 거듭난다. “가식적인 리얼리즘 연기에서 벗어난 계기였죠. 내재된 에너지를 뽑아 올려 관객에게 새 충격을 주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놀랐죠.”
그러나 한여름에 난로를 피워 놓고 홀딱 벗은 채 리듬 훈련이라며 열댓시간 물건을 두드려 대거나 8시간 소리만 지르니, 기자였던 부인이 곧 그를 떠났다. “왜 고통스런 일만 쫓아 가느냐?”며. 대학로에 일요일이면 차가 못 다니던 시절, 거리를 이상한 몸짓으로 활보하고 다닌 사람이 바로 그다. 그런 아들을 보던 모친 왈, “네 사주에 무당 팔자가 있는갑다.”
그는 오히려 일본쪽에 더 팬이 많다. 1984년 공간 사랑에서 발표했던 40분짜리 극 ‘개’ 이후 일본의 세계 전위예술제인 ‘후쿠지마 실험예술제’에 참석, ‘한국 광부 진혼굿’을 벌였다. 이 무렵 알게 된 일본의 연극 평론가 니시도 고진(西堂行人)은 이번에도 건너 와, 그의 무대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그를 가장 정확히 수식할 단어는 없을까? “실험 연극인이죠.” 행위에술가. 마임이스트, 넌 버벌 아티스트, 퍼포머 등 이제껏 거의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였다. 그러나 자신을 수식해 온 몇 단어들 중 그는 연극인이라는 말을 유독 마음에 들어 했다.
이번 공연 이틀 전인 7일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는 연습을 하다, 옆구리를 세게 부딪쳤다. 그러나 공연할 때는 신기하게도 전혀 욱씬거리지 않는다고. 그렇게 그는 오늘도 연극으로,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꿈꾼다. 4월 19일까지 씨어터 제로. (02)338-9240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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